‘불소남’ 캐릭터가 새로운 인기 남성 캐릭터로 각광받고 있다. 불소남은 ‘불량스러워보이면서도 소중한 남성’을 일컷는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MBC ‘일요일일요일밤에’의 인기코너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신상녀 서인영과 함께 출연 중인 크라운제이가 대표적. 겉으로는 불량끼가 넘쳐 흐르지만 가상 신부인 서인영에게 쉽게 상처받고 사랑을 위해 깜찍한 선물도 준비할 줄 아는 크라운제이는 까탈스럽기만 한 서인영의 캐릭터와 잘 어우러져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처럼 ‘불소남’ 캐릭터가 새롭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 동안 인기를 모은 남성 캐릭터들은 반듯하고 모범적이면서도 곱상한 외모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캐릭터들에 대중이 식상해 하면서 오히려 당당한 솔직함을 내세운 ‘불소남’ 캐릭터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여름 영화계의 뜨는 캐릭터는 ‘불소남’?’

영화계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완소남’이나 ‘훈남’ 등 처럼 대체로 반듯하고 외모도 출중한 캐릭터들이 인기를 끌어왔다면 겉모습은 불량끼 넘치고 외모는 평균 정도 되는 남성 캐릭터인 불소남들이 올 여름 영화계에 대거 등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국내 대표적인 불소남 캐릭터로는 영화배우 설경구가 연기하는 강철중을 들 수 있다. 강철중이라는 캐릭터는 경찰이라고 하기에는 불량끼가 과도하게 넘치고 육두문자 역시 시원하게 내뱉지만 많은 고정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달 개봉된 영화 ‘공공의 적1―1:강철중’(강우석 감독, KnJ엔터테인먼트 제작)의 주인공 강철중은 이 세상 공공의 적들을 향해 정의의 주먹과 특유의 억센 말발로 응징의 불꽃을 날리고 관객들은 그의 시원한 불량 연기에 쾌재를 부른다.

여기에 또 하나를 추가하자면 바로 깊은 속내와 정이 넘치는 마음 씀씀이일 것이다. 강철중은 자신의 딸과 어머니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무척 사랑하고 동료 형사들이나 죄를 뉘우친 범죄자들에게도 남모를 마음 씀씀이를 발휘하기도 해 소중한 남자로서의 면모도 보인다. 강철중이 연기하는 불소남 캐릭터는 요즘 여러 영화들에서도 그 예를 볼 수 있다.

우선 지난 2일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핸콕’에서 윌 스미스가 맡은 핸콕은 무한한 파워를 지녀 슈퍼 영웅이 될 소지가 충분함에도 매번 술에 취해 사고를 저지르곤 한다. 아이들에게 막말을 서슴지 않고 위기에 빠진 시민들을 구하려다 각종 사고의 주역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이러한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얼간이’라는 말만 들으면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인간적인 면모까지 보이는 핸콕 역시 불소남이라 할 만 하다.

올 여름 한국 영화 최고의 흥행기대작인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김지운 감독, 바른손 제작)의 윤태구 역시 차기 불소남의 지존에 어울릴 법 하다. 송강호가 연기한 윤태구는 이번 영화에서 가장 불량스럽고 천박하기까지 한 캐릭터다. 이병헌과 정우성이 연기한 박찬이나 박도원에 비해 볼품없어 보이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기억될 만하다. 특히 영화가 끝날 무렵 드러나는 윤태구의 정체는 더욱 이 캐릭터에 대한 매력을 증폭시킨다.

■김웅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