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탤런트 A군과 가수 B양의 열애 기사가 났다고 칩시다.

기사가 나면 덩달아 입소문이 돕니다. 일부는 여태껏 귀동냥으로 듣던 이야기였는데 기사까지 났으니 이제 마치 자신이 본 것인 양 이야기를 전하기도 합니다.

2~3일 후에는 또 상황이 바뀝니다. 지상파 방송을 통해 당사자들이 나와 해명을 할 때가 있습니다. 열애 기사가 나면 방송 작가들이 신문을 참조해 스크랩을 하고 당사자들과 인터뷰를 시도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당사자들은 일종의 반박의 기회를 방송을 통해 갖는 것이지요.

문제는 여기서 부터입니다. 신문기사와 당사자들의 주장은 전혀 상반됩니다.
‘섹션 TV’나 ‘연예가 중계’ 등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열애기사 당사자들은 “한 두번 만난 사이일 뿐이다” “오빠 동생처럼 가깝지만 사귀는 사이는 아니다”라고 당당히 말을 합니다. 그들의 눈을 보세요. 전혀 거짓말이 아닙니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신문과 방송 과연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요?
사람들은 신문을 보는 독자였을 때와 방송을 보는 시청자였을 때 접하는 상반된 정보로 인해서 논란을 벌이며 혼란에 빠집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방송과 신문 중에 어느 한쪽을 아예 불신하기 시작합니다. 여태까지 보통 방송이 이겼습니다. 당사자가 나와서 아니라는데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하루아침에 열애기사를 쓴 기자는 오보를 날린 바보천치로 전락하고 심한 경우 댓글 테러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잠시 법적인 부분을 짚어 보겠습니다.
열애기사를 쓴 기자는 허위 사실을 퍼트렸기 때문에 당사자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해야 합니다. 그럼 열애기사를 쓴 기자는 당사자들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해야 당연하겠지요.
자! 정답을 알아보지요. 여기서 정답은 “둘 다 맞습니다”입니다.
열애 기사를 쓴 기자, 어떤 근거로 ‘열애’라는 단어를 쓴 걸까요?
열애(熱愛)는 한자 뜻 그대로 열렬히 사랑함. 뜨거운 사랑을 의미합니다. 사실 당사자들이 차가운 사랑을 하는지 뜨거운 사랑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만약 기자가 연예인 A군와 B양이 호텔을 출입하거나 자동차에서 섹스나 애무 등 애정행각을 벌였다는 사실을 취재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내용을 기사로 쓰고 한번 제목을 달아볼까요?
‘연예인 A군과 B양 섹스행각’라는 제목이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하지만 `섹스하다` `성관계를 갖다`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신문에서 다루기에는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경박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어쩌면 신문에서 나름 고민 끝에 선택한 표현이 ‘열애’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독자들이 오해하기 쉬운 단어이기도 합니다. 젊잖게 표현하자니 자연스레 왜곡이 일어난 겁니다.

기자는 연예인끼리 눈이 맞아 섹스를 한 이야기를 기사로 쓴 것 뿐입니다. 가사에 나온 당사자들은 섹스는 한 두번 했지만 그들 말대로 정말로 사귀는 것은 아니겠지요. (연예인들도 사람이니까 당연히 섹스를 해야겠지요. 일반인과 섹스를 하면 소문나기도 십상이니 어쩌면 그들끼리 만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습니다.)

섹스 한번 했다고 사귄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스타들이 카메라에 대고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절대 사귀지 않는다고 말할수 있는 것입니다.

인정합니다. ‘원나잇스텐드’ 현상이 팽배한 요즘 사회에서 하룻밤 관계가 열애는 아니지요.

마지막으로 한가지 전제를 붙여야 겠습니다.  모든 열애 기사가 앞에서 처럼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또한 정말 실제로 아무 관계가 아닌데 열애로 나와서 당사자들만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같은 기자지만 팩트 확인도 하지 않은 무책임한 글을 쓴 기자는 당연히 소송을 당해야 마땅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