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척지 농업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낮은 식량자급률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의 경우 간척지 농업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간척지는 강이나 바다, 호수였던 지역에 둑을 쌓고 물을 빼내는 과정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땅을 말한다. 초기 강을 메워 농경지를 마련하던 것에서 최근에는 발달된 토목기술에 힘입어 바다를 메워 땅을 넓히는 해면간척으로 발달했다.
바다가 옥토(沃土)가 되기 위해서는 배수가 불량하고 염도가 높은 바다 땅을 육지의 땅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염분제거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직접 물로 씻어 내거나 지하 배수시설, 석고 살포 등을 이용한다. 그 뒤 토성을 개량하기 위해 비료를 뿌리고 염분이 다시 쌓이지 않도록 관리한 후에야 재배가 가능하다.
간척지가 미래 농업에 희망의 땅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간척지는 쌀의 안정적 수급조절을 위해 재배작물을 다양화한 복합곡물단지로 조성해 비상시 소요될 잡곡류 생산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또한 저비용 생산시설 등을 이용한 원예단지를 지어 선별·포장·운송·저장 기능을 갖춘 물류시스템을 구축해 농산물의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환경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바다와 접하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새롭게 조성되는 생태공원은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미래 물 부족에 대비해 소금에 내성이 있는 작물을 바닷물로 경작하는 해수농업의 시험장으로도 간척지의 활용가치는 높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 내외로 쌀을 제외할 경우 더욱 낮아진다. 이는 세계적인 농산물 변동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간척지를 활용한 채소, 과일류의 대규모 생산, 유통에 의한 농산물 가격 안정과 연중 공급은 시장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농어촌공사는 올해부터 간척지에 수출작물을 재배하는 농식품 전문수출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간척지를 활용한 첨단복합농업단지 조성을 통해 수출농업을 육성하는 방안이다.
현재 영산강 간척지 내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규모 농어업회사를 육성하기 위해 5개 지구 713㏊ 면적에 수출농업을 위한 기반시설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화옹 간척지 일대에 국내 최대인 15만 평방미터 규모의 첨단 유리온실을 조성 중이다. 올 연말 준공되면 연간 7000t, 186억원 규모의 토마토를 수출할 수 있는 시설원예단지가 꾸며진다.
대기업들도 해외 영농활동에 나서는 한편 국내에서도 농사를 짓고 있다. 현대건설은 1984년 폐유조선을 활용한 ‘배 물막이 공사’를 통해 충남 서산 일대에 간척지를 조성했다. 여의도의 48배에 달할 정도이며 매립 면적만 1만5000ha에 달한다. 이곳에서 현대건설 산하 서산농장이 대단위 기계화 영농을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오래전부터 농사를 지어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계열사인 태평양물산을 통해 제주도에서 녹차밭을 경작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녹차잎들은 아모레퍼시픽이 제조하는 ‘설록차’의 원료로 쓰이고 있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농산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영농사업을 중심으로 한 곡물사업이 성장성이 매우 높은 새로운 사업 분야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농촌진흥청 간척지농업과 관계자는 “간척지는 새로운 한국형 농업 경영의 시금석으로 수출농업기지로 활용하는 등 선진농업구조 확립에 무척 중요하다”며 “생태계 보전과 간척지 농업이 제공하는 이익을 모두 취하는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태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