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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변덕에 농수산 물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폭염, 가뭄, 해수온도 상승, 집중호우 등 잇따른 이상기후 현상으로 농수산물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 초강력 태풍 ‘볼라벤’까지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대규모 농수산물 피해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29일 중앙재해대책본부가 태풍 ‘볼라벤’으로 인한 피해를 잠정 집계(오전 5시 기준)한 결과 과수낙과 7460ha(헥타르), 농경지침수 5339ha, 비닐하우스 1195동, 축사 31동 등이 피해를 입었다. 국내 배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전남 나주시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전체 배밭의 60% 이상이 낙과 피해를 입었다. 제주·서해안의 양식장도 초토화 돼 추석물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폭염·가뭄·집중호우…태풍까지 맞은 채소값 ‘초비상’
올여름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은 채소류 가격 폭등을 불러왔다. 채소 대부분이 제철을 맞는 여름철에는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내려가는 게 정상이지만 올해는 연일 35℃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이어진 데다 비까지 내리지 않아 작황이 나빴다. 폭염이 끝난 뒤에는 계속된 집중호우로 일조량이 줄어 생육·출하 부진이 이어졌다. 여기에 태풍 볼라벤이 주요 농수산물 산지인 충청·전라도 지역을 거쳐 북상하면서 산지 작업 여건이 악화돼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28일 서울 가락시장에 반입된 농산물 물량은 6550t으로 하루 전인 27일 7538t 대비 1000t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약 12% 줄어든 양이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8일 기준 적상추 상품(上品) 4kg 평균도매가격은 5만8400원으로 1주일 전(2만9000원) 보다 두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조선애호박 상품 8kg 도매가격은 1만8800원에서 5만3800원으로 세 배 가까이로 폭등했다.
김치·절임요리에 쓰이는 다다기오이 도매가는 이날 15kg 상자에 8만2333원으로 1주 전(5만9333원) 대비 약 39% 올랐다. 토마토(10kg)도 일주일 새 1만7400원에서 2만5600원으로 가격이 47% 높아졌다.
수산물, 수온상승 피해 이어 태풍피해…‘엎친 데 덮친 격’
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이 크게 줄었던 수산물 분야는 태풍으로 조업 자체가 불가능해져 가격 오름폭이 더욱 커졌다. 이미 평년보다 수온이 너무 많이 올라 어종이 변화된 데다 해파리떼 급증·적조 현상까지 발생해 ‘피시플레이션(fishflation·수산물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병어(10kg·중품 기준)의 이달 평균 도매가격(29일 기준)은 5만9400원으로 지난달(4만481원)보다 46.7% 급등했다. 그나마 수온 상승에 따른 어획량 증가로 혜택을 보던 고등어 가격도 태풍의 영향으로 크게 올랐다. 고등어(10kg·중품)의 이달 평균 도매가격은 2만2200원으로 지난달(1만6769원)보다 32% 이상 비싸졌다.
특히 볼라벤 영향으로 제주·서해안에 대규모 양식장 피해가 발생해 전복·미역·김 등 양식 수산물의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대부분 양식장이 피해를 본 전복(양식·1kg·중품)은 29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3만7500에 거래돼 하루 전보다 무려 47.1%나 가격이 상승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태풍으로 전복·우럭 가두리 양식장의 70~80%가 피해를 입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풍작 점쳤던 과일, 볼라벤 낙과피해로 가격 폭등 우려
추석을 한달여 앞두고 습격한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으로 인해 과일값도 큽등할 것으로 우려된다. 강한 바람 탓에 무르익던 과일들의 낙과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9일 오전 6시 현재까지 집계된 낙과 피해 면적은 ▶전남 4052ha ▶경남 1667ha ▶경기 1207ha ▶전북 1126ha 등 총 9424ha에 달한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과일별 과수 피해 면적은 ▶배 5838ha ▶사과 2487ha ▶복숭아 206ha 등이다.
전남 나주시의 경우 전체 배밭 중 약 60%에 해당하는 1431ha가 낙과피해를 입었다. 국내 배 생산량 가운데 약 20%를 차지하는 전남 나주 지역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추석 배 값이 지난해보다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과의 경우 주산지인 경북 지역이 태풍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이미 출하된 물량이 많아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는 피해 상황에 따라 가격 동향이 바뀌겠지만, 태풍의 영향이 가장 큰 과일은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채소값은 가뭄과 폭염으로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태고, 과일류는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태풍피해로 인한 농수축산물 수급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축물량을 풀기로 했다.
29일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추석을 앞둔 만큼 비축물량 등을 활용해 배추·무·사과·쇠고기 등 15개 성수품을 앞으로 2주 동안 집중공급하기로 했다.
태풍으로 인한 낙과 과일 가운데 식용이 가능한 물량은 범국민 팔아주기 운동을 통해 소비를 장려하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물량은 산지유통활성화자금 일부를 활용해 가공업체에 수매처리키로 했다.
고서령 기자 / 이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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