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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1일(수)을 앞두고 기상청 대변인실이 요즘 술렁거린다. 전화기에 불이 나고 선거당일의 정확한 날씨를 취재하려는 기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선거를 앞두고 왜 기상청이 붐빌까. 다소 엉뚱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속에 총선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날씨의 비밀이 숨어 있다. 

 

특히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치고 있는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날씨가 더해주고 빼앗아갈 투표용지에 사활을 건다. 후보자들이 비가 올까봐, 혹은 날이 좋을까봐 피 말라하는 모습이  재미있기까지 하다. ‘날씨가 투표율과 정당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통설.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일까.

 

현재 예보로는 11일 총선일 오전까지 비가 올 것으로 돼 있다. 기상청은 9일 “남서쪽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10일(화) 낮 서해안부터 비가 시작돼 전국으로 확대되고 총선일인 11일(수) 오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강한 바람까지 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체로 흐린 날씨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예보대로라면 어떤 당이 유리할까. 선거 날, 비나 눈이 오면 투표율이 떨어지는 건 통계적으로 증명된 일이다. 정가에선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이, 높으면 야당이 유리하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선거 당일 비가 오면 투표율이 낮아져 여당에게 유리했던 과거의 많은 경험 때문이다.

 

 

실제로 평년보다 3~4도 가량 기온이 낮았고 비까지 내렸던 2008년 18대 총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여당이 다수당이 되기도 했다. 당시 투표율도 40%로 상당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날씨에 상관없이 노년층, 보수층 등 여당 지지층의 투표 성향이 높다는 통설도 작용했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에도 예외 없이 보수정당에 유리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인가. 선거 통계를 보면 꼭 낮은 투표율이 여당의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았다. 최근 5년간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만 봐도 그렇다. 평균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24.8%) 2006년 7월 선거 땐 전 선거구에 걸쳐 4~65mm의 비가 왔다. 결과는 여당의 참패. 날씨가 투표율에 영향을 주긴 하지만 선거 승패까지 좌우한다고 보기는 힘든 결과다.

 

날씨가 너무 좋아도 투표율이 낮아진다. 날씨에 가장 민감한 연령대는 20~30대의 젊은 층인데, 법정 공휴일인 선거일에 날씨까지 좋으면 투표보다는 나들이를 택하는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

 

이와 관련, 미국에서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리퍼블리칸 블루(Republican Blue)’라고 부른다. 투표 당일 날씨가 좋으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진보성향의 젊은이들이 놀러 가버려 상대적으로 공화당 판세가 유리해져 생긴 말이다. 실제 2000년 16대 총선 당일은 20도가 넘는 포근한 날씨 속에 20대 투표율이 36.8%로 전체 투표율 57.2%를 크게 밑돌았다. 

 

 

하지만 날씨 변수를 뛰어넘는 희망적인 결과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제19대 국회의원 유권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투표율은 지난 18대 총선(46.1%)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19대 총선에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적극 투표 의향층’은 56.9%로, 18대 총선 1차 유권자 의식 조사 당시 51.9%보다 5%포인트 증가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증가율을 주도하고 있는 세대가 2030세대라는 점이다.

 

30대는 18대 총선 당시 34.4%였는데, 이번 조사에서 47.1%를 기록해 12.7%포인트나 상승했다. 20대도 26.1%에서 36.1%로, 10.0%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40대는 57.5%에서 56.3%로 1.2%포인트 하락했고, 50대 이상은 76.2%에서 72.1%로 4.1%포인트 떨어졌다.

 

소설가 이외수 씨가 투표율이 70%가 넘으면 삭발을 하겠다고 해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외에도 투표 인증샷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등 선거참여를 유도하는 움직임도 만만치 않게 번지고 있다. 날씨와 상관없이 젊은 층이 투표에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날씨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뛰어 넘는 투표 양상이 나타나길 기대해도 될까.

 

<사진출처- 뉴스와이 캡처>

 

정다운 기자 jdw2218@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