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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일 만개한 여의도 윤중로 관측표준목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 군락단지 안에는 ‘비밀의 나무’가 있다. 바로 국회의사당 동문 건너편에 있는 118번, 119번, 120번 나무다. 보기엔 수백그루 나무가 다 똑같은 것 같지만, 이들은 좀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다른 모든 나무에 꽃이 피었어도 이 세 그루에 꽃이 피지 않으면 공식적으로 여의도 벚꽃은 ‘개화하지 않음’이 된다. 왜일까.

 

이들의 명칭은 ‘표준목’. 계절관측에 표준이 되는 나무다. 표준목에 최소 3송이의 꽃이 활짝 피면 공식적 벚꽃 개화가 선포된다. 올해 여의도 벚꽃 개화일로 발표된 지난 15일도 이 세그루 표준목에 3송이 꽃이 피어난 날이었다. 표준목에 80% 가량 꽃이 피면 공식적으로 ‘만개’일로 지정된다. 올해 윤중로의 벚꽃 만개일은 18일(수)이었다.

 

이런 표준목은 여의도 뿐만 아니라 전국 벚꽃 군락단지 곳곳에 지정돼 있다. 벚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경남 진해 여좌천의 경우 로망스다리 상류방향의 오른쪽 벚나무 3그루가 표준목이다. 강릉 경포호수는 호수 나루터 앞 1~3그루가 표준목으로 지정돼 있다. 기상청 관측정책과 정혜진 주무관은 “매년 같은 나무를 기준으로 관측해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기상청에서 관측 표준목을 지정해 수시로 관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지역의 기상청 기상관측소 내에는 벚나무를 포함해 진달래, 개나리, 코스모스, 아카시아, 단풍나무 등 10종의 표준목이 심어져 있다. 각 관측소에서는 이 나무들의 발아, 개화, 단풍 등을 관측해 그 지역의 식물계절을 공식적으로 기록·발표한다.

 

 

 

기상청에서는 식물 외에도 매미·철새·개구리 등 동물계절, 첫눈·결빙·해빙 등 기후계절, 유명산 단풍 등 생활계절 관측도 하고 있다.

 

한강 결빙은 한강대교 아래가 기준이다. 한강대교의 노량진쪽 2~4번째 교각 사이에서 상류쪽으로 100m 부근에서 결빙이 관측 돼야 ‘한강이 얼었다’고 공식 발표한다. 해빙도 마찬가지다.

 

유명산 단풍의 시작과 절정도 정해진 관측 지점이 있다. 북한산의 경우 빨래골 입구(북한산 둘레길 우이동 방향 구름전망대)에서 정상 방면 1km 부근 20% 정도가 물들기 시작한 날이 ‘단풍 시작일’이다. 같은 지점이 80% 이상 물들었을 때를 ‘단풍 절정’이라고 한다. 오대산의 경우 상원사 동종 옆에서 아랫방향으로 20% 물들었을 때가 ‘단풍 시작’, 80% 물들면 ‘단풍 절정’이다.

 

 

이처럼 정확한 관측지점과 기준이 정해져 있지만, 예외도 있다. 추울 때 벚꽃이 피거나 가을 날씨에 종다리가 우는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날 경우다. 기상청 계절관측 지침에 따르면 이처럼 평년과 다른 현상이 나타날 경우 일정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그 현상을 자세히 관측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지구온난화라는 말이 언급되기 이전부터 이같은 계절관측을 수행해 왔다.

 

현재 남아있는 계절관측 자료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904년. 인천, 목포, 부산에서 첫눈을 관측한 자료다. 벚나무의 경우 1921년 부산·전주·인천·목포에서 벚나무를 관측한 기록이 가장 오래됐다. 단풍의 경우 1973년 의성에서 단풍 절정 관측 자료가 있고, 1977년 인천에서 단풍 시작 관측 자료가 있다.

 

기상청 관측정책과 관계자는 “이는 현재 존재하는 자료의 최초 시기를 의미할 뿐 이 때 최초 관측이 이뤄졌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보다 먼저 관측이 실시됐을지라도 기록되지 않았거나 누락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