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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로케 IOC 위원장이 발표용지를 집어 들었다. 떨리는 순간. 세 번의 실패는 없었다. 용지에는 ‘평창 2018(PYEONGCHANG 2018)’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적혀 있었고 대한민국은 기쁨에 들썩였다.

 

2전 3기, 필사의 노력으로 10년 만에 이뤄낸 동계올림픽 유치. 세계인의 겨울 축제를 준비하는 즐거운 일이지만, 기뻐만 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 중 하나가 경기 진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날씨’. 하늘의 소관이라며 손을 놓고 있기에는 그 리스크가 너무 크다.

 

 

 

2010년 2월 열린 벤쿠버 동계올림픽은 ‘악천후 종합세트’라는 오명을 얻었다. 적은 강설량 때문에 슬로프에 눈이 부족해 헬기로 눈을 퍼 나르는가 하면, 기온이 평년치를 훨씬 웃도는 가운데 비까지 내려 봄꽃이 여기저기 만개하는 진풍경마저 펼쳐졌다.

 

안개가 끼어 경기가 중단되기 일쑤였고, 갑자기 폭설이 내려 선수들 연습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급기야는 2만명의 관중들이 표를 환불받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얼마나 심각했던지 국격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올림픽 개최를 하지 않는 게 나았을 뻔 했다는 말도 나왔다.

 

2009년 2월 캐나다에서 열린 월드컵 스키대회 때도 날씨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다. 기상악화 예보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진행하다 48명 출전자 중 40명이 경기를 마친 상태에서 경기가 중단된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제 우리도 겨울 날씨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관령면의 2월 평균 기상은 기온 영하 4℃, 풍속 초속 2.5m, 적설량 37.1cm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에 최적의 기상 조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악의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우발적 기상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

 

강원발전연구원이 2011년 발표한 정책메모에 따르면 대관령면 지역의 기온은 지난 10년간 0.6도 상승했고 강수는 3.3mm 증가했다. 반면 강설은 10.8cm 감소했다. 2009년에는 2월의 기온이 10.5도까지 상승해 18.5mm의 강우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2월에 눈 대신 비가 내린 날도 10년 동안 10일 가량 기록돼 경기 중 눈 대신 비가 내릴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2014년 러시아에서 열리는 소치동계올림픽도 기상지원 준비가 한창이다. 공식 기상서비스 담당기관은 러시아 수문기상청(Roshydromet)으로 프로젝트명은 'Sochi-2014'이다. 체계적 준비를 위해 수문기상청과 올림픽조직위원회가 2009년 협정서를 교환했다. 2011년 3월에는 세계기상기구(WMO) 가입국 및 중국, 캐나다, 핀란드 등 기상선진국의 기상 장비 업체들이 기상지원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소치동계올림픽은 평창과 유사하게 산악과 해안이 만나는 지형에서 개최돼 우리나라가 배울 점이 많다. 올림픽 기상 전문가들은 “눈상태(설질; 눈 온도, 습도 등)에 따라 스키의 왁스코딩 정도가 달라져야 하는 등 기상관련 정보는 경기운행에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으로 스키경기가 벌어지는 경기장은 출발-도착점 사이 고도가 수백미터 이상으로 평지 기상정보와 기본적으로 다르다.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기상변화가 극심한 산악지역의 기상정보 관측을 위해 3차원 기상관측 장비를 곤돌라에 탑재해 실시간 고도별 기상정보를 관측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날씨 사전 관측자료를 경기장 지형정보와 3D로 결합해 스키코스 지점별 햇빛과 그늘 여부를 선수단에게 제공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우리나라 역시 기상지원을 위한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을 받는다. 현재 올림픽 관계자들의 다양한 기상관련 요구사항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위원회에 기상지원기획단이 신설돼 있다.

 

기획단은 “세계적 수준의 IT 기술에 기반한 유비쿼터스 전달체계를 구현해 이전 개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정확한 해상도의 기상정보를 선보일 것”이라고 다짐한다. 기상청에서 생산하는 5km 해상도의 예보를 1km 이하의 고해상도 예보기술에 접목시켜 경기장 내 정밀 지역기후정보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경기 내내 올림픽지원 특별 기상센터에서는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각 경기장, 선수단, 치안 및 위기관리요원 등에게 전송한다. 방송, 인터넷, 스마트폰, SNS 등의 채널을 활용할 예정이다. 관계자는 “기상정보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는 조직위원회 소속 개별 부서들과의 유기적인 관계정립과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넓은 경기장을 왕래하는 선수단과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기상 및 도로결빙상태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상청은 실시간 날씨정보와 네비게이션 기술을 결합한 웨비게이션(Weather+Navigation) 시스템을 활용할 예정이다. 

 

올림픽에 맞춘 기상지원에는 최소 4년 정도의 시간이 걸려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세계 7위 수준의 기상기술과 IT 기술을 결합하면 전에 없던 만족도 높은 기상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