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꽃피는 춘삼월’처럼 어색한 말이 있을까. 4월들어 서울에 눈이 내리고 초겨울 날씨를 방불케하는 이상저온 때문에 맺지 못한 꽃봉오리를 찾는 게 오히려 쉬울 정도. 며칠새 불어대던 강풍은 한여름의 태풍처럼 위협적이기까지 했다. 겨울 옷 정리가 미뤄지는 건 당연지사다.
겨울과 여름이 섞인 것 같은 요상한 날씨에 말없이 냉가슴만 앓는 곳이 있다. 바로 봄 옷 특수를 기다리던 백화점들. 예상치 못한 추운 날씨에 봄옷으로 새 단장한 매장들에는 냉기만 흘렀다. 궁여지책으로 주요 백화점들은 일제히 세일에 들어갔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하락으로 매출이 부진했는데 연이어 봄 옷 특수까지 기대할 수 없게 돼 상황이 좋지 않다”며 “6일부터 22일까지 17일간 진행 될 봄 세일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각 백화점들은 이번 세일 기간에 봄 의류 상품 할인폭을 최대 80까지 높여 판매를 촉진할 태세다. 3월 말까지 이어진 꽃샘추위 영향으로 봄 신상품 출시가 전년보다 1~2주 늦은 4월 초에 본격적으로 시작돼 이번 세일 물량이 늘어났다. 덕분에 올 봄 세일 물량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아이올리그룹 창고 대개방전’을 진행하는 가운데 에고이스트, 플라스틱 아일랜드 등 유명브랜드의 상품도 대거 준비했다. 물량 규모는 30억원대에 이른다. 할인율은 정상가 대비 80%로 플라스틱아일랜드 점퍼를 3만원에 구입할 수 있을 정도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윤폭에 욕심을 내지 못하는 것.
현대백화점은 역대 최대 규모의 모피 대전을 진행한다. 진도와 근화, 성진 등 유명 브랜드 물량이 400억원대 가까이 나왔다. 평균 50% 할인 된 금액으로 판매될 예정. 남성의류도 봄 신상품까지 세일에 총 동원됐다. 압구정 본점에서는 ‘남성패션 페어’를 열고 남성정장을 30~50% 할인해 판매한다.
이밖에도 신세계 본점에서 ‘새봄 디자이너 특가전’, ‘원데이 특가 상품전’ 등 이색 할인 행사를 펼치는 등 절박 마케팅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 하기야 평년 매출 대비 30% 정도로 떨어진 의류 판매율에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백화점 업계에 ‘쨍하고 해뜰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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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