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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3월, 소리 없는 태양폭발이 거대한 자기폭풍을 몰고 왔다. 변압기가 타버렸고 암흑이 퀘백시를 집어 삼켰다. 92초에 걸쳐 전력망이 작동하지 않았다. 연쇄적 과부화로 셧다운이 일어났다. 600만명의 사람들이 어둠과 추위 속에서 무려 9시간을 버텨야 했다. 추산된 피해액은 20억 캐나다 달러에 달했다.
동일한 우주기상 현상으로 뉴저지변전소는 영구 손상됐다. 영국의 두개 변전소에는 심각한 고장이 발생했다. 전력손상으로 금융·통신·의료 시설이 운영이 올스톱되고 정수·위생시설 등의 공급이 끊겼다. 태양폭풍이 빚어 내는 우주 기상환경의 변화가 먼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8분내에 덮치는 빠르고 파괴적인 재난이다.
직시해야 할 위험, 태양활동 극대기
흑점은 폭발하며 플라스마 입자를 우주로 방출한다. 방출된 에너지는 우주폭풍을 발생시킨다. 태양흑점이 가장 많은 시기를 ‘태양 활동 극대기’라고 부른다. 이번 주기는 24주기로 2013년 5월로 예상되고 있다. 예상되는 최대 흑점수는 80에서 90개 사이다. 예년 평균인 114를 밑도는 값이지만 어떤 강도로 발생할지 전문가들은 아직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위성센터는 “태양극대기로 접어들면서 플레어 폭발과 코로나 물질 분출의 빈도가 증가할 것이며 2013년 5월에서 8월경에 최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구에 위협적인 강력한 태양 폭발은 2013년부터 2015년 사이의 극대기에 자주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활동 쇠퇴기인 2015년에서 2018년 사이에도 종종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 활동이 극대화되면 태양 플레어(Solar Flare·태양 표면에서 돌발적으로 다량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와 코로나 질량 방출(태양 표면에서 양성자, 중성자 등이 쏟아지는 현상)이 많아진다. 높은 에너지를 가진 플라스마 입자, 강한 전자파 등은 우주로 방출돼 지구에 영향을 준다.
전자파는 전리층을 교란하고 GPS 등 위성간 통신과 단파통신 등의 장애를 발생시킨다. 고에너지 입자는 극항로 항공안전과 위성체 오작동의 원인이 된다. 태양흑점 폭발로 방출된 태양대기 물질이 지구권에 도달할 경우 통신, 전력망 등에 피해가 발생한다.
무서운 것은 그 속도다. 전자파 복사는 지구에 8분이면 도착하고 2시간 넘게 지속된다. 고에너지 입자는 15분이면 지구에 도달해 수일간 영향을 준다.
소리 없는 파괴자, 야기되는 피해
우주기상 이상은 작게는 음성통화 통신장애부터 크게는 GPS 정보오류를 일으켜 미사일 요격에 오류를 발생시키는 등 군사적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통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금융업계도 속수무책이다. 태양폭발기간 동안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거나 위성항법 서비스로 수신받는 금융 활동 시간 기록도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태양폭발로 방출되는 양성자 입자는 높은 위도에서 비행중인 항공기 탑승객과 승무원들이 방사능에 노출될 위험성을 높인다. 우주 방사선은 건강에 위협적이나 항공기 피폭을 막을 수 있는 수단도 현재는 전무하다. 현재는 우주기상 예보에 따라 항로를 변경하거나 낮은 고도로 비행 등이 최선이다.
바다 위에서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선박 항법 장치의 표준 도구로 사용되는 인공위성 항법장치는 우주기상 문제에 취약하다. 태양폭풍으로 선박 운행중 항법 장치의 정확성에 오차가 생기거나 인공위성 항법 신호가 소실돼 바다에서 미아가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영국은 인공위성 항법 장치 외의 다른 신호를 사용하는 항법 시스템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 AT&T사의 방송위성인 Telstar 401호는 피폭으로 기능이 상실돼 2억달러의 손실을 발생시켰다. 한국 인공위성도 태양활동으로 무궁화 3호에 64시간 동안 잡음이 발생하고, 무궁화 위성의 태양전지판 성능에 이상이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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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