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더 Inside > 웨더 Inside > 세계는 지금 ‘인공강우 등 기상조절 중’

당황한 중국정부는 ‘인공강우’라는 히든카드를 꺼내들었다. 베이징 외곽에는 인공강우의 응결핵으로 쓰이는 ‘요오드화 은’을 하늘로 쏘기 위한 부대가 생겼다. 대공포 6천781문과 로켓 발사대 4천대가 설치됐다. 관리요원만 5만3000명에 달했다.

중국은 대기오염 정화용 인공강우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올림픽 개·폐막식에서는 구름소산에 성공해 맑은 하늘을 연출했다. 이외에도 가뭄 대비를 위해 기상조절 분야 연구비에 연간 800억원의 돈을 쏟아 붓고 3만7천여명의 인력을 투입시키고 있다.

기상조절 선진국, 중국

중국의 기상조절 역사는 50년에 달한다. 도입 목적은 수자원 확보, 산불 억제, 대기질 개선 등이다. 치명적인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매년 4~7월 중에 50여 차례에 걸친 인공강우 실험을 한다. 중국정부는 이 실험을 통해 15~50%의 증우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중국망 신문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중국은 인공강우로 연간 강수량이 500억㎥ 가량 늘어났다. 우박 보호면적도 50만 평방km에 달하게 됐다. 가뭄과 우박 등 재해로 인한 농업생산력 차질도 대폭 줄었다.

반면 무분별한 인공강우 실시로 인한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올림픽 개최기에는 베이징 시에서 인공강우를 위해 구름을 모두 빼앗아 산시성, 허베이성 등 베이징 인근 지역 가뭄이 심화됐다. 이런 이유로 ‘구름 소유권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인공강우 실험시 강수량 조절에 실패해 쏟아진 폭우로 200여 편의 항공기가 연발착 되고 도심 교통이 마비되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 2009년에는 가뭄해소를 위한 인공증설이 폭설로 둔갑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폭설을 제거하기 위해 5천500톤의 화약 제설제 사용도 논란이 됐다.

유럽 특허 획득한 ‘푸미폰 비’

세계 쌀 수출 1위 농업국가인 태국은 인공강우 기술도 세계적 수준이다. 가뭄에 시달리는 농민을 위해 푸미폰 국왕은 1970년대 초부터 인공강우 기술연구에 심혈을 기울였다. 태국인들은 인공강우로 만든 비를 ‘푸미폰비’라고 부른다. 푸미폰 국왕은 방콕 인근 후아힌에 ‘인공강우지휘센터’를 설치하고 인공강우 작전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전투기를 인공강우 사업에 투입하기도 한다. 공군은 2008년 기준 인공강우를 위해 618회의 비행을 해 95%의 성공률을 보였다. 공군 자체적으로 온난 구름에서도 인공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친수성 구름씨 연소탄’을 개발하기도 했다.

특히 푸미폰 국왕은 자신이 직접 개발한 인공강우 기술로 유럽특허사무소(EPO)로부터 특허를 발급받았다. 비행기 한 대당 평균 50㎢ 면적에 2cm의 비를 내릴 수 있어 모든 비용을 합쳐도 수돗물보다 저렴해 경제성도 인정받고 있다. 인접국인 캄보디아 정부는 가뭄이 오면 태국 왕실에 인공강우를 공식 요청하기도 한다.

30년간 맑았던 러시아의 전승기념일

전승기념일은 세계 2차 대전의 승전을 기념하는 러시아 최대의 기념일이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기념행사가 치러진다. 지난 30년간 단 한 번도 행사 당일 비가 온 적이 없다. 비구름 소산 작업으로 가능했다.

모스크바 정부는 행사에 차질이 없도록 150만 달러를 들여 상공의 비구름을 제거한다. 모스크바 타임스에 따르면 시 당국은 공군 비행기 11대를 투입해 공중에서 30t의 드라이아이스와 1천600t의 액체 질소를 뿌렸다. 또한 3천개의 요오드화은 약포를 발사해 3천~8천㎞ 높이에 있는 비구름들을 제거했다.

러시아는 지난 2005년 전승기념행사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내리던 비를 15분간 멈추게 한 적이 있다. 공군 대변인 발표에 따르면 이처럼 높은 성공률의 비구름 소산기술은 러시아 공군만이 독보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홍수나 집중호우를 막는 수준을 넘어서서 일시적 행사를 위해 날씨를 조절하는 기상조절 기술의 최첨단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기상조절 일반화

미국은 1946년 과학자 빈센트 셰퍼 박사가 인공강우 항공기 실험에 성공해 인공강우를 실행한 최초의 국가가 됐다. 현재 미국은 캘리포니아ㆍ네바다 주 등이 대규모 인공강설로 수자원을 확보한다. 또 자체 보유 항공기로 인공강우 사업을 하는 기업이 생겨날 만큼 인공강우가 일반화해 있다.

인공강우를 수행하는 대표 기관으로는 미국 국립대기연수센터, 미국 개척국, 미국사막연구소 등의 연구기관과 인공기상회사, 북미기상컨설턴트 회사 등의 인공강우 전문 용역회사 등이 있다. 어떤 회사들은 전용 항공기와 구름 측정용 장비 및 기상레이더를 구비하고 있어 웬만한 일반 국가연구소보다 큰 규모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상조절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전문회사는 북미기상컨설턴트사다. 인공강우, 안개 소산, 우박 억제 등의 실험 설계·평가, 실험 기기 제공 등의 업무를 한다. 기상조절용 항공기를 개조하는 등의 용역을 수행하거나 기상조절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한다. 스키장 등의 개인 회사와 수자원관리국 등이 주 고객이다.

<사진출처 ytn, SBS, 로이터통신 화면캡처>

정다운 기자 jdw2218@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