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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 뒤에 들어가겠습니다”
온에어 간판에 불이 들어온다. 짧은 시간 동안 완벽히 해내야 한다. 미소는 자연스럽고 화사하게, 자세는 여유 넘치고 깔끔하게, 목소리 톤은 상큼하면서도 신뢰감 있게. 블루 스크린 앞에서 당당한 2분 30초의 승부사, 온케이웨더 기상캐스터 3인방이다.
◇ ‘맛깔나는 날씨예보’ 우예하 기상캐스터
“안녕하세요. 케이웨더 라이프스타일 예보 우예하입니다. 오늘 옷차림은 가볍게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서울 낮 기온이 10도까지 오르면서 기분 좋은 포근함이 이어지겠습니다.”
신입 기상캐스터 우예하 씨의 하루는 새벽 3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새벽방송을 위해 메이크업을 받고 발성연습을 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오랜만에 날씨가 풀렸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할 생각에 피곤함도 잊었다.
회사에 도착하면 기상청의 데이터와 위성사진을 확인한다. 예보팀과 회의를 통해 예보 방송 대본에 쓰일 기상개황을 정리한다. 기상학 전공자가 아닌 그녀에게 기상전문지식 공부가 쉽지만은 않았다.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자투리 시간에 공부를 한다.
<예보관 회의>
“저만의 개성과 색깔을 내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본기라고 생각해요. 집에서는 벽에 지도를 붙여놓고 모의촬영 연습을 해요. 기상 전문 지식이 맛깔나는 예보를 하는데 필수적인 것을 알고 나서는 날씨공부에도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있어요”
대본이 대략 완성되면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키워드를 뽑아 듣기 쉽게 재정리한다. 어려운 기상 전문지식을 쉽게 풀어내 설명하는 것도 기상캐스터의 역할이다. 한파특보나 호우주의보 등의 긴급 속보가 나오면 대본을 수정해야 한다. 항상 촉각이 곤두선다.
“기상캐스터는 주어진 대본을 읽기만 하지 않아요. 3분의 방송을 캐스터가 직접 기획하고 구성해 만들어요. 처음에는 여러 가지 일을 해야하는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참여도가 높은 만큼 애착이 큰 것도 사실이에요. 식상한 인사말 대신 신선한 멘트를 연구하고 매일 글쓰기 연습도 해요.”
◇ 모니터링 여왕, 조아라 기상캐스터
“잠시만요. 지나갈게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그녀. 온케이웨더 기상캐스터 조아라씨다.
“강원 철원에 대설특보가 발효됐었는데 방금 갑자기 해제돼서 정신이 없습니다. 대본은 바꿨는데 방송 전에 CG(컴퓨터 그래픽)를 수정해야 해요. PD님!”
기상캐스터는 방송에 들어가는 각종 표와 그래픽 등의 자료도 직접 작성한다. 기상상황을 종합하고 시청자들이 가장 이해하기 쉽게 그래픽을 구성한다. 같은 날씨도 어떤 기상캐스터가 전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른 이유다. 조아라 캐스터는 기상 예보를 많은 사람들에게 하는 ‘프레젠테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처음 방송할 때는 내용 전달보다 제가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방송 횟수가 늘면서는 시청자를 사로잡는 건 외모 뿐만이 아닌 걸 알게 됐죠. 날씨는 배울 수록 어려운데 쉽게 풀어서 명쾌하게 설명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실력향상을 위해 철저한 모니터링을 잊지 않는다. 짬이 나는 대로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방송을 모니터링하고 고쳐야 할 점을 메모한다. 타방송사 캐스터들의 장점들은 벤치마킹해 집에서 거울을 보며 몇 시간이고 연습한다.
그녀는 기상캐스터라는 직업을 화려함보다는 고되고 끊임없는 공부와 자기계발이 요구되는 전문직이라고 말한다. 2분 30초의 영상 뒤에는 5시간 이상의 연습과 준비가 녹아 있다는 것.
◇ “24시간이 부족해요” 황지영 기상캐스터
황지영 캐스터는 작은 체구에 인형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오산, 무서운 노력파다. 장점인 안정적인 발성도 아나운서 때부터 꾸준히 연습해온 노력의 결과다. 그녀의 보물 1호는 5백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집. 매일의 날씨와 기상용어, 일기도 분석이 빼곡히 적혀 있다.
“뉴스를 진행할 때는 주어진 대본을 읽기만 했어요. 정보를 전달하는 아나운싱이 가장 중요했죠. 하지만 기상캐스터는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해요. 3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을 위해 CG작업부터 기상상황 분석, 대본 작성, 제스처 연구, 아나운싱까지 다 준비해야 하니까요”
케이웨더의 예보방송은 단순히 날씨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날씨에 적합한 음식, 생활정보도 함께 전달해야 한다. 24시간 머릿속에서 날씨를 놓을 수가 없다. 베테랑 황지영 캐스터가 끊임없는 노력하는 이유다.
2년 넘게 기상캐스터로 일하면서 편해질 법도 하지만 매일 있는 예보관 회의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한다. 기상 전문성을 갖고 쉽고 정확하게 예보를 하고 싶은 욕심에서다.
평소 쌓아둔 캐스터로서의 기량은 태풍이 발생하는 등의 촉박한 상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보통 태풍이 발생하면 1시간 간격으로 예보방송을 제작한다. 언제 무슨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화장실도 마음 놓고 갈 수 없다.
태풍의 북상 속도가 너무 빠르면 방금 만든 뉴스가 쓸모없어지기도 한다. 주의보가 경보로 바뀌거나 해제돼 버리기 때문이다. 20시간 넘게 비상상황에서 정신없이 지내다보면 다음날은 목이 새고 입술이 터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들은 기상캐스터하면 멋있고 화려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 화려함 뒤에 노력의 시간들은 캐스터라는 직업을 사랑하고 열정이 있어야만 채워나갈 수 있습니다.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히고 깨지며 배워나갈 패기도 중요 덕목이죠”
다부지게 말을 이어나가는 황지영 기상캐스터의 눈이 열정으로 빛났다. 태풍보다 빠르게 그녀가 성장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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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