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회 ‘최고의 1분’ (관상감 교수 3인이 도무녀 장씨에게 궐로 돌아오라 설득하는 장면)
“전하~ 관상감 예보에 따르면 일월 초하룻날 개기일식이 있을 것이라 하옵니다.”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인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 속 대사다. 지난달 25일에는 관상감 교수들이 도무녀 장씨를 방문하는 장면이 순간 시청률 36.4%를 기록해 ‘최고의 1분’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해품달에 자주 등장하는 관상감, 무슨 일을 하는 곳일까.
관상감은 ‘조선시대의 기상청’이다. 엄밀히 말하면 오늘날 기상청보다 더 다양한 일을 관장했다. 해품달 7회 방영분 중 관상감 천문학 교수 오혜성은 “내가 천기를 읽고 지리학 교수 문지방이 방위를 읽고 명과학 교수 나대길이 명운을 점치고 나서야 겨우 자네(무녀 장씨)를 찾을 수 있었네”라고 말하며 관상감의 직무를 언급했다.
드라마 속 대사처럼 조선시대 관상감의 업무는 크게 천문, 지리, 명과로 나뉜다. 천문학에 속한 관원들은 기후 관측과 책력(冊曆) 제작을 담당했다. 지리학 관원들은 풍수지리학을 토대로 왕궁·왕릉 등의 명당 터를 잡거나 묫자리·집자리 잡는 일을 담당했다. 명과학에서는 길흉화복을 점쳐 왕실의 합궁일이나 길일·태일을 잡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업무는 역법(曆法:책력을 만드는 일)이었다. 매일 해와 달이 뜨고 지는 시각과 24절기, 일식·월식의 시각 등을 기록해 일과력(日課曆)을 만들었다. 해시계와 물시계도 이때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 발명됐다. 일과력은 일반 백성들을 위한 것과 왕실 전용이 따로 만들어졌다. 관상감은 일과력을 1~3만부 가량 인쇄해 관료들에게 나누어주고 일부는 판매하기도 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안상현 박사는 “일과력에는 해가 뜨는 시간, 비가 오는 시기 등이 기록되어 있어 백성들의 농사 계획에 매우 요긴하게 쓰였다”며 “음력을 사용하던 조선시대에는 일과력을 보고 임금의 생일이나 기일, 제삿날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1818년 성주덕이 편찬한 <서운관지(書雲觀志)>에 따르면 관상감 천문학자들은 여럿이 한 조를 이루어 근무했다. 실수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낮에는 두 사람씩 나와 날씨를 살피고 청(晴:맑음), 음(陰:흐림), 우(雨:비), 설(雪:눈), 혹청혹음(或晴或陰:맑거나 흐림) 등으로 매일 6회 풍운기(風雲記)에 기록했다. 바람의 방향도 8방위로 관찰해 매일 6회 기록했다. 이처럼 날씨와 바람을 지속적으로 관측한 것은 임금의 거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바람의 방향에 따라 임금이 어느 문으로 행차하는지가 결정됐다. 역풍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빛이 미약한 밤에는 5명이 한 조를 이루어 근무했다. 혜성(彗星)·객성(客星)이 나타나면 영사에게 알리고 관측을 시작했다. 혜성이 나타날 때부터 사라질 때까지의 움직임과 위치를 매일 관측해 ‘성변측후단자(星變測候單子)’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왕에게까지 보고되어 국정에 반영되었다. ‘승정원일기’에 거의 전문이 기록됐으며, 나중에 ‘조선왕조실록’에 수록됐다.
관상감의 역사는 조선이 건국된 1392년(태조 1)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엔 고려시대 전통을 물려받아 ‘서운관’으로 불렸다. 서운관은 고려 충선왕 때인 1308년 설립되어 천문, 역법, 지리, 택일 등을 맡아보던 관청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서운관은 재이(災異:재앙이 되는 괴이한 일)와 길조를 관측하고 책력을 만드는 일을 담당했다. 정3품인 관사 2명을 포함 모두 34명의 관원이 배치됐다.
그 후 1425년(세종 7)에 관상감으로 개칭됐다. 천문 20명, 금루(禁漏) 40명, 풍수(風水) 10명으로 기능도 확대됐다. 서운관에 소속됐던 천문·금루·풍수의 맡은 임무가 서로 다르므로 각각 인원수를 정해 그 일에만 전력하도록 해야 한다는 예조의 상서를 따른 것이었다. 또한 최고위직 관리인 영의정이 관상감 책임을 겸임토록 했다.
연산군 때 사력서(司曆署)로 개칭되어 책력 만드는 일만 하게 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중종 때 다시 관상감으로 복귀해 조선 말기(1894년)까지 존속했다.
 ▲ 관상감 관천대(사적 제296호. 서울 종로구 원서동 소재.)
▲ 오목해시계(보물 제845호.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사진> MBC 캡쳐, 한국학중앙연구원·국립고궁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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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