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에 대한 고정관념은 많다. 특히 비가 오는 날과 관련된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습도가 높아 펌을 하면 효과를 보지 못한다던가, 회를 먹으면 식중독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과거에는 맞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펌의 경우 화학약품의 의존도가 높았던 옛 이야기다. 요즘은 약품보다 디지털펌, 세팅 펌과 같은 열을 이용한 방법이 쓰인다. 더욱이 건물의 실내 습도는 바깥의 날씨보다 실내 환경에 좌우되기 때문에 조절이 가능하다.

오히려 반대라는 주장도 있다. 일산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 헤어 디자이너는 “열펌의 경우 오히려 습도가 높을 때 더 컬이 쉽게 나온다”고 말했다.

과학적 사실이 아니지만 이러한 고정관념은 의외로 대중의 뇌리에 깊게 박혀 있다. 이는 매출에도 영향을 끼친다. 신촌에 위치한 A 미용실 업주는 “날씨가 맑은 날 펌 손님이 하루 10명이라면, 흐린 날은 2명에서 3명 정도다”고 말했다. 

비 오는 날 날 것을 멀리하라는 것도 공공연히 입으로 전해진 고정관념이다.

과학적으로만 따지자면 근거는 있다. 비가 오면 저층의 해수가 위로 올라오면서 바닷물의 순환이 일어나는데, 이때 박테리아가 해수 상층부로 올라오게 된다. 물고기가 이 박테리아를 섭취할 가능성이 높아 인체에도 해로울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런 물고기를 먹을 확률은 적다. 그렇다면 비가 오는 날 갓 잡은 자연산 회를 시식할 경우인데, 폭우가 쏟아지는 데 배를 띄울 어선은 없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오히려 비가 오는 날 보다 비가 온 후 2~3일 동안 회를 멀리하는 게 더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는 고정관념도 과학적인 근거는 있지만 현실적인 근거는 없다. 이론적으로는 산성 성분이 머리카락에 닿게 되면 머리카락은 단백질 성분을 잃게 되고 변색이 일어난다. 그러나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그 정도의 산성을 띄고 있진 않다.

한무영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 센터장은 “PH4 정도의 산성비도 땅에 떨어지면서 저절로 중화돼 지상에 도달할 땐 PH7 정도로 산성도가 약해진다”고 말했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kth1984@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