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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년보다 8~9일 늦은 ‘지각 장마’가 시작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 8일 일본에서 북상한 제8호 태풍 ‘너구리(NEOGURI)’로 인해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안, 경상남북도 동해안 등 전국 곳곳이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다.

 

태풍 너구리는 중심기압 920hpa 최대풍속 초속 53m의 매우 강한 중형급 이어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됐다. 지난 10일 오전 일본 열도에 상륙하면서 한반도는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났고 태풍이 물러간 자리에는 폭염이 찾아왔다.

 

이번에 내습했던 제 8호 태풍 이름은 ‘너구리(NEOGURI)’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필리핀 등에서도 같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원래 태풍의 이름은 조용하게 지나가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여자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성차별이라는 여성운동가들의 주장으로 1978년부터 남녀 이름을 골고루 부여했다. 2000년  부터 ​태풍의 영향을 받는 14개 나라가 제출한 10개씩의 태풍 이름, 즉 140개의 이름이 번갈아 붙이게 됐다. 140개의 이름은 28개씩 5개조로 나뉘어지며 1조부터 5조까지 순차적으로 사용된다. 제9호 태풍은​ ‘람마순’이 붙여지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태풍은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명칭이 존재하기도 한다. 북서태평양에서는 태풍, 북중미에서는 허리케인, 인도양에서는 사이클론,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에서는 윌리윌리라 칭하고 있다.

 

 

태풍은 일반적으로 국내에는 7~10월 사이에 주로 발생한다. 바다가 뜨겁게 가열되는 것과 태풍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뜨거운 여름 적도 근처의 바다는 엄청난 태양 빛을 받게 되고 그 지역에 센 상승 기류가 생기면서 강한 저기압도 생성된다. 그렇게 생긴 구름으로 인해 폭우가 쏟아지게 되고, 태풍도 동반하는 것이다.

 

 

한편 지난달 중순 경기도 일산에서 마치 용이 하늘을 오르는 모양처럼 보이는 회오리바람 ‘용오름’ 현상이 나타났다. 국내 관측사상 8번째로 일어난 이 현상은 화훼단지의 장미 재배용 비닐하우스 40동을 붕괴·파손할 정도로 거셌다. 

 

용오름은 격심한 회오리바람을 동반하는 깔때기 모양의 구름이 적란운 밑에서 지면 또는 해면까지 닿아있는 현상이다. 육지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토네이도’라고 한다.

 

태풍과 토네이도는 대기하층의 뜨거운 공기가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소용돌이라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발생원인, 지역, 크기, 이동속도 등에서 많은 차이점을 나타내는 다른 현상이다.

 

용오름의 경우 태풍 접근 시, 한랭 전선이 통과 시, 뇌우가 몰아칠 때 등 대기층이 급격히 불안정해지는 상태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태풍과 차이점이 있다. 산지가 많은 지형인 우리나라 육지에서는 토네이도가 잘 발달하지 못한다. 반면 바다에서는 토네이도의 일종인 용오름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용오름은 넓은 수면 상공에서 발생하는 회전 공기 기둥으로 여름철 따뜻한 수면 상공에서 발생한다. 모습이 꼭 용이 승천하는 모양 같다고 해 용오름이라 불리게 됐다. 용오름은 보통 지름이 100m 이하에다 풍속도 초속 25m 이하로 일반적인 토네이도보다 규모가 작고 파괴력도 약하다.

 

 

한편 이번 태풍 너구리는 일본 본토에 상륙하면서 많은 피해를 발생시켰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규슈(九州) 남부의 가고시마현 아쿠네(阿久根)시 부근에 상륙해 시속 25km 속도로 동진한 태풍은 중심 기압은 980헥토파스칼(hPa), 중심 부근의 순간 최대풍속은 초속 35m에 이르렀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이번 태풍 피해를 집계한 결과 (10일 오전 6시 기준) 전국에서 2명이 사망하고 43명이 부상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이 가열되면서 생성된 태풍이 여름철 장마 시즌만 되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들이닥칠지 불안하기만 하다.

 

이렇듯 우리에게 태풍은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이점도 있다.

 

태풍은 지구에너지 및 물 순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풍으로 인해 우리는 중요한 수자원을 공급 받는다.

 

태풍은 물 부족 현상을 해소시키고, 저위도 지방에 축적된 대기 중의 에너지를 고위도 지방으로 운반해 지구상의 남북 온도를 유지시켜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해수를 뒤섞어 순환시킴으로써 바다의 적조 현상을 소멸시키기도 한다. 피하고 싶은 위험한 순간을 주기도 하지만, 피하지 않아도 되는 이로움도 갖고 있다.

신정아 온케이웨더 기자 jungah63@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