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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 지역에 내린 9일간의 폭설이 기상관측 이래 최장기 적설 기록을 경신했다.

 

14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부터 강릉에 내린 눈은 연속 신적설(새로 쌓인 눈) 일수 9일을 기록했다. 실제 지면에 쌓인 눈의 최대 깊이를 뜻하는 최심적설은 110cm에 달했다.

 

이는 지난 1911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03년 만에 최고치다. 지금까지 기록된 강릉지역 최장기 적설은 1969년 2월 13부터 21일까지 9일간 내린 109.7cm이다.

 

이번 눈은 1969년과 같은 기간(9일) 내렸지만, 적설량이 더 많아 45년 만에 1위를 경신했다.

 

이처럼 강원 영동 등 동해안 지역에 눈폭탄이 잦은 이유는 지형적인 특성과 기압배치에서 찾을 수 있다.

 

겨울철 북동풍이 자주 부는 동해안에 찬 고기압이 동해상까지 확장할 때, 남쪽에서 저기압이 들어올 경우 ‘북고남저’의 기압배치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기압차로 인해 동해안에 강한 바람이 불게 되고, 바람이 공기보다 따뜻한 바다를 지나면서 대기 중의 수증기를 머금게 된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이 구름대가 우뚝 솟은 태백산맥에 부딪히면서 강력한 눈구름대가 형성돼 강원 영동지역에 폭설이 쏟아지는 것이다.

 

또한 이번 폭설이 장기간 이어진 것은 베링해역에 형성된 고기압이 버티고 있으면서 기압계의 흐름이 느려졌다. 기압이 매우 천천히 흘러가며 한곳에 오래 머무르자 눈구름을 동반한 동풍이 동해안으로 장시간 유입됐다.

 

특히 지난 7~8일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서 일본 남해 위로 점차 발달한 저기압으로 인해 한반도 주변 기압계가 조밀해 지면서 동풍의 세력이 더욱 커져 눈폭탄이 쏟아졌다.

 

한편 1m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진 동해안 지역에 또다시 40cm에 가까운 눈폭탄이 쏟아지면서 이번 폭설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4일 오전 현재 동해안 7개 시군의 시내버스 40개 노선이 단축운행 되고 있고, 10개 마을 101가구는 여전히 차량통행이 불가능한 상태로 고립된 상태다.

 

재산피해 규모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비닐하우스 200여 동 등 영동지방 8개 시군의 330곳의 농업시설이 폭설로 붕괴됐고, 삼척의 초등학교 체육관 등 공공시설 네 곳도 붕괴돼 지금까지 51억 6000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다시 40cm에 가까운 눈폭탄이 쏟아지면서 강원도와 동해안 지자체는 제설·복구작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강원도와 동해안 각 시·군은 인원 5만 1000여 명과 1500여 대의 장비를 투입해 도심도로는 물론 주택가 이면도로와 산간마을 진입로 제설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원도는 내일까지 고립 마을 등 차량통행 불가 지역의 통행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눈 소식이 다음 주까지 예상돼 제설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강릉 등 강원 동해안 지역에 내리는 눈이 14일(금) 낮부터 소강상태를 보였다가 주말에 잠시 주춤한 뒤, 17일부터 또 다시 사흘 정도 이어지겠다고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동해안 지역에 오는 17일 오후부터 또 다시 많은 양의 눈이 내릴 가능성이 있어 추가피해가 없도록 시설물 관리와 교통안전 등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kth1984@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