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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7년 만의 외출’을 보면 지하철 환기통에서 부는 바람으로 인해 마릴린 먼로의 흰 치마가 멋스럽게 휘날리는 유명한 장면이 나온다. 이 때문에 ‘먼로바람’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사실 먼로바람의 또 다른 이름은 ‘빌딩바람’ 또는 ‘도시풍’이다. 상공에서 부는 바람이 고층건물에 부딪쳐 곧장 지상으로 내려오는 현상을 말한다. 이 바람은 빌딩 사이의 좁은 길을 지나가면서 더욱 세진다. 그래서일까. 고층 빌딩 사이를 걸어갈 때면 유독 치마가 날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깔끔했던 헤어스타일도 흐트러지기 일쑤다. 이해하기 쉽게 빌딩 사이의 바람을 강에 비유해 보자. 똑같은 유량이라 할지라도 면적이 넓은 지역의 강은 유속이 느린 반면 면적이 좁은 강은 그 유속이 빨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도시풍은 왜 문제가 되는 걸까.
도시풍은 상공의 풍속에 비해서는 60~70%로 떨어진다. 하지만 지상의 바람보다는 훨씬 속도가 빨라 돌풍을 동반하기 쉽다. 초속 20m 이상의 도시풍이 불기라도 하면 상점 간판이나 진열대가 부서지거나 현수막이 찢어지기도 한다. 더구나 고층빌딩 주변에는 회오리바람과 함께 먼지와 소음도 자주 발생해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호흡곤란, 불쾌감은 물론 보행에도 불편함을 겪는다. 고층건물 옥상에 있는 에어컨의 실외기가 먼로바람에 의해 그 성능이 떨어져 에어컨의 유지비용이 초과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먼로바람이 심하게 불면 건물과 건물 사이 골목에는 회오리바람과 함께 소음피해가 일어난다. 10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은 외관상 멋스러워보일지 몰라도 도시풍이라는 현상을 수반하기 때문에 고층건물을 지을 땐 주변 환경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바람 길 조성 대표 사례로 주목
2012년 발표한 UN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52.1%, 우리나라는 인구의 83.2%가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급격한 인구증가와 개발때문에 도시는 건물이 많아지고 밀집된 건물 등으로 공기순환이 감소해 대기오염, 도시열섬(都市熱島․urban heat island) 현상 또한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도심 속 또다른 길, 바람길’이라는 주제로 열린 기상청 주관 언론인 기상강좌에서 국립기상연구소 정현숙 응용기상연구과장은 ‘도시의 바람 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 과장은 발표를 통해 도심 바람 길 조성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를 꼽았다. 슈투트가르트는 지난 40여 년간 숲과 바람길을 잘 보존해 심각했던 도시의 대기오염을 극복한 것으로 유명하다. 슈투트가르트는 대기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공장을 없애지 않고, 도시의 바람길을 조성해 공기 순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정 과장은 “특히 이 지역은 도시를 둘러싼 산지와 크고 작은 계곡에 의해 차고 신선한 공기가 생성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했지만 바람길 조성으로 인해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면서 “도시 내의 바람을 잘 활용하면 도시열섬 현상을 완하하는 등 쾌적한 대기환경 조성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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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