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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패션 및 유통업체들에게 ‘날씨’는 민감한 존재다. 과거에는 날씨와 매출의 상관관계가 ‘그럴 것이다’에서 현재는 ‘그렇다’로 바뀌어 ‘날씨=돈’이란 개념이 확고해졌기 때문이다. 날씨는 패션업체 매출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연평균 기온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60년 후에는 남한 전역이 아열대 기후에 들어설 전망이다. 전체 지구의 평균기온도 현재보다 3~6℃ 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날씨는 특히 패션에 가장 빨리 영향을 미친다. 예년보다 강한 한파와 잦은 폭설이 찾아왔던 이번 겨울, 코트보다는 패딩이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봄, 가을에 즐겨 신던 얇은 스타킹 대신 내복이나 바지대용으로 입을 수 있는 레깅스를 선호하게 됐다. 젊은 층을 비롯, 다양한 연령층에서 레깅스는 필수 패션 아이템이 돼버렸다. 난방비 증가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최근 발열 내의 등을 찾게 되면서 사라져가던 내복도 다시 부활했다. 패션업계 종사자들이 날씨에 따라 웃고 우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갑자기 따뜻해진 겨울 날씨 때문에 어떤 해에는 그전 겨울보다 코트, 모자, 머플러, 모피 등 방한용품 소비가 현저히 줄어들기도 했었다.
이렇게 예측하기 힘든 날씨변화는 소비자의 구매패턴 뿐만 아니라 패션업체의 생산체제까지 바꿔버렸다. 한 패션업체에 따르면 각 매장에 두세 벌 가량 진열할 정도만 생산하고 시장 반응을 봐서 그때그때 생산량을 늘려가는 소위 ‘반응생산체제’를 갖출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기후변화가 ‘다품종 소량생산체제’ 정착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 기후변화로 인해 겨울같은 봄, 여름같은 가을 등 간절기 의류는 갈수록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다.
 ▲ 레인부츠 <출처 = 플리커>
패션은 신체 보호 기능은 물론 장식 기능도 중요해 계절에 따라 유행하는 패션소품들이 달라진다. 이에 패션업계가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스카프, 레인부츠 등 날씨 변화에 유용한 제품들의 판매가 늘어났다. 지난해 G마켓, 옥션 등의 인터넷 쇼핑업계에 따르면 비에 젖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온 효과도 갖춰 일교차 큰 봄 날씨에 레인부츠가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컬러풀한 색상의 레인부츠는 평소엔 패션 아이템으로 신고 다니다가 갑자기 눈이나 비가 내릴 때 유용하게 신을 수 있어 사계절 내내 각광받고 있다. 스카프의 경우 실크나 린넨 등 가벼운 소재 대신 캐시미어나 울 소재를 혼방해 보온성을 높인 제품이 늘어났다. 꽃샘추위에 얼굴을 가릴 수 있는 길이가 긴 스카프도 인기다.
이렇듯 패션업계도 최근 이상 기온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엔 원피스, 블라우스류에 집중했지만 올해는 후드 탈부착, 조끼 탈부착, 안감 탈부착 등 실용적인 점퍼류로 고객을 끌어들였다. 이제 날씨는 패션 유행을 창조하면서 날씨업계의 파수꾼 역할까지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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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