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는 하나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몸, 얼굴, 피부색 등 왜 이렇게 다른 모습을 갖게 됐을까. 그 이유는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호모사피엔스(크로마뇽인)라는 현생인류로부터 갈라져 나와 세계 각지로 흩어져 살게 됐다. 각 지역의 환경에 맞게 몸이 적응하며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조금씩 변해오다가 오랜 세월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는 것. 이렇게 환경에 적응해서 다른 모습을 갖게 된 사람들을 생물학적으로 구분하기 위해 그들의 공통적인 신체 특성에 따라 특정 집단으로 분류하고 ‘인종’이라 부른다. 인종은 겉보기엔 다르지만 생물학적 구조는 같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환경에 맞춰 모습을 변화시켰을까? 바로 생존을 위해서다. 현재 사람들은 신체를 환경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만 옛날에는 환경에서 몸을 방어할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몸이 스스로 적응했던 것이다.

 

따라서 대개 우리는 외모를 보고 그 사람이 어느 지역 출신인지 알 수 있다. 인종은 사는 곳의 기후에 영향을 받아 그 모습을 변화시켜 왔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사바나 초원에서 살고 있는 마사이족과 북극해 연안에 사는 이누이트족을 비교해보면 기후가 인간의 신체와 형질에 얼마만큼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는가를 알 수 있다. 마사이족은 아프리카 동부의 케냐와 탄자니아의 경계에 있는 초원지대에 사는 나이로트계 흑인종으로 평균 173cm의 큰 키에 곱슬머리, 큰 눈, 암갈색 피부가 특징이다. 이에 반해 이누이트족은 그린란드, 캐나다, 알래스카, 시베리아 등 북극해 연안에 사는 몽골로이드계 황인종으로 키가 작고 단단한 체구에 눈이 작고 찢어진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두 종족의 신체적 특징이 달라진 이유가 바로 ‘기후’다. 마사이족은 더운 지역에 살기 때문에 열 발산을 많이 하기 위해 피부에 땀샘이 많으며 키가 크고 마른 편이다. 반면 추운 기후 지역에 사는 이누이트족은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에 땀샘이 덜 발달되며 키가 작고 몸에 지방 비율이 높은 편이다.

 

 

날씨가 외모에 영향을 줬다는 입장에서 아프리카 원주민 외모를 더 자세히 살펴보자. 짧고 두꺼운 곱슬머리의 머리카락은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줄 뿐만 아니라 체온 상승을 억제시킨다.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피부와 눈동자에 멜라닌 색소가 많아 진한 검은색을 띄고 있으며 마른 체형으로 진화했다. 한편 북극해 연안의 원주민 외모는 중위도 지방에 사는 황인종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피하지방이 적고 근육이 발달한 신체적 특징을 지닌다. 이들은 시베리아에 거주하면서 혹독한 추위에 적응하도록 진화했다. 극지방으로 갈수록 일사량이 적어짐에 따라 피부색과 눈동자색이 옅어지고 체온 유지를 위해 피하지방이 축적된 작달막한 체구와 검은색 직모(直毛)를 가지게 됐다. 흰 눈(雪)에 반사되는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쌍꺼풀이 없어지면서 작고 가는 눈으로 변했다.

 

 

그러나 외모가 반드시 기후에만 의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북유럽은 추운 날씨지만 이 지역 사람들의 생김새는 여느 백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곳 사람들은 일사량이 부족해 멜라닌 색소가 적어 피부가 더 희고 푸른색 눈동자를 지니게 됐으며 금발인 경우가 많다.

 

사람의 외모는 유전적 형질이 큰 영향을 미쳐 같은 지역이라도 서로 다른 민족이라면 그 민족 고유의 생김새 범위 안에서 변한다. 이렇듯 민족 간의 유전적 차이가 기후의 영향보다 더 우세하기 때문에 같은 지역에 살고 있어도 서로 다른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사진 = 플리커>

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