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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기상업체들이 최근 기상 당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상산업 지원 및 활용기술개발 사업’(이하 기상산업 R&D 사업) 방식에 강한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국내 기상사업자 단체인 (사)기상산업연합회(회장 김동식)는 기상청과 기상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에 ‘2013년도 기상산업 R&D 사업’과 관련,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과제 선정 방식을 지양하고 현재 기상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 과제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7일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상산업연합회는 건의서를 통해 올해 기상산업 R&D 사업이 공고되기에 앞서 지난해 과제발굴연구회가 과제안을 미리 제출했으나, 기상청이 정책적으로 선정하는 지정공모과제에 그 내용이 전혀 채택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법으로 정하고 있는 ‘기술수요조사’를 통해 중소 기상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중소 기상업자들이 필요로 하는 예보사업 등 기상정보 유통 및 서비스와 관련된 분야의 지정공모과제는 전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소 기상업계는 올해 기상산업 R&D 사업 과제선정과 관련해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기상업체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게 아니라 ‘대기업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려 한다는 의심도 살 수 있는 상황”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표방하는 ‘중소기업 우선 정책’에도 역행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지정공모과제에 전례 없이 많은 예산이 배정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공모과제는 사업에 따라 총 예산이 보통 1억원 안팎으로 배정되었으며 3억원이 가장 큰 사업이었다. (장비국산화는 제외)

 

그러나 올해는 특정 지정공모과제(*산업분야 활용을 위한 기상정보 Big Data 플랫폼 구축)에 총 17억원의 예산이 배정돼 예산이 과다하게 편성 됐다는 것이 기상업계의 주장이다. 대다수가 중소기업인 기상사업자들은 R&D 과제 배정 예산이 클 경우 연구비를 집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이 과제가 대기업의 참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중소 기상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시행됐던 기상 당국의 R&D 과제를 돌아봐도 17억원짜리 과제가 책정된 적은 없었다”면서 “중소기업이 이러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맡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다. 과제를 수행하고 싶어도 엄두조차 내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기상사업자로 등록된 업체는 170개에 달하지만 대기업 계열사 몇 곳을 빼고는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기상정보와 기상장비를 포함한 올해 기상산업 R&D 전체 예산은 35억원 정도이다. 이는 기상청 R&D 예산의 4.2%, 정부 R&D 예산 전체의 약 0.02%에 불과한 액수다.
 
이와 관련, 연합회 회원업체의 한 관계자는 “기상산업 R&D 사업이란 기후변화로 인해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기상산업 육성을 위해 기술개발 자금이 넉넉지 않은 중소 기상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가 연구비를 대기업에까지 지원하게 됨으로써 R&D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대기업과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합회는 이번 R&D 예산이 전년 대비 10% 정도 늘었지만, 기상청과 진흥원이 지정공모과제를 전년보다 많이 선정한 관계로 일반공모과제는 상대적으로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일반공모과제는 기상사업자들이 과제를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만큼 지정공모과제 선정 후 남은 예산으로 배정된다. 하지만 작년 지정공모과제 예산은 2개에 4.5억원이었으나, 올해는 5개에 12억원으로 2.6배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지정공모과제로 예산이 쏠리게 돼 정작 중소 기상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일반공모과제는 예산 부족으로 다양성이 저하되고 부실화 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주장이다.

 

김동식 기상산업연합회장은 “기상산업 R&D 사업의 과제는 기상청이 탑다운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열악한 상황속에서도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을 할 수 있도록 중소 기상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과제를 중심으로 선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중소 기상업계의 지적에 대해 기상청과 진흥원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다”며 강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예산 17억원이 책정된 이번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과제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빅데이터 구축은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으며 국내 기상분야에서도 그 필요성이 가장 높은 연구개발 중 하나”라며 “기상청 내부에서 예산을 판단해 책정한 액수”라고 해명했다.

 

“대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중소 기상업계에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17억원은 3년에 걸친 연구개발 과제 예산이며, 대기업이 연구개발을 맡으려면 회사 규모에 따라 과제 예산의 50%에 해당하는 기업부담금을 내도록 했다”고 반박했다.

 

진흥원 관계자도 “통상 기상기후나 지진 관련 연구과제당 책정되는 사업비와 비교해 봐도 3년 사업비 17억원은 그리 큰 게 아니다”라며 “중소기업들이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있고 기술력도 있으면 독자적으로 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모에 응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새해 기상산업 R&D 사업 추진 방식을 둘러싼 중소 기상업계와 기상당국 간 의견 차가 생각보다 커 해결책 마련에 서둘러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서비스 산업 혁신 ▲기상장비의 원천 핵심기술 개발 ▲이전기술의 사업화 지원기반 조성 등을 위해 기상청이 주관하는 R&D(연구개발) 사업을 관련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 등에 맡겨 추진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업 진행을 위탁받은 기상산업진흥원이 공고한 2013년 기상산업 지원 및 활용기술개발사업 과제는 다음과 같다. ▲산업분야 활용을 위한 기상정보 Big Data 플랫폼 구축 및 Mash-Up 서비스 개발(3년, 17억원) ▲차량용 GPS와 연계한 도로기상 서비스 사업화 모델 개발(1년, 1.5억원) ▲천리안 기상위성 2차 산출물 처리 및 서비스 기술 사업화(2년, 4억원) ▲지진재해 자동인지 조기경보 서비스 기술 개발(2년, 5억원) ▲기상기후산업 해외시장 타겟팅 상세분석 및 중장기 로드맵 수립 연구(1년, 1.5억원)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