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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골짜기인 인제군 용대리에는 흰 눈이 수북히 쌓인 벌판 위에 발가벗은 모습의 생선들이 줄지어 서 있다. 바로 황태다. 황태는 눈 많고 바람이 무성한 산악지대에서 말린 명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밤에 얼어 팽창했다가 낮에 기온이 오르면서 녹아 수축하는 과정을 4개월간 계속 반복한다. 이같은 과정 때문인지 바닷가에서 건조한 북어에 비해 속살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한겨울 이 지역 30여개 덕장에서 100만 마리 이상의 황태가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황태는 명태의 또다른 이름이다. 생태, 동태, 황태, 북어, 코다리는 모두 같은 명태를 가리키는 단어다. 바다에서 잡아 올린 상태라면 ‘생태’, 겨울에 잡아 얼리거나 -40℃ 이하에서 급속 냉동시키면 ‘동태’, 겨울철 산바람과 눈을 맞으며 얼렸다 녹였다를 몇 번이나 되풀이해 노르스름하게 말린 것이 바로 ‘황태’다. 겨울철 약 한 달간 완전히 바짝 말려 딱딱해지면 ‘북어’가, 내장을 빼고 손질한 명태를 반건조시켜 꾸덕꾸덕해지면 ‘코다리’가 된다.

 

명태는 한꺼번에 수많은 알을 산란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명태 새끼가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노가리’다. 노가리와 명태 사이의 중간 크기를 가리켜 ‘얼치기’라고 부르며, 노가리가 되기 전 명태 새끼를 일컫는 말로 ‘앵치’란 것도 있다. 특히 명태는 대개 12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가 산란기인데 이 무렵 잡아올린 명태를 찌개나 국으로 끓여 먹으면 시원하고 담백해 겨울철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곤 한다.

 

 

황태의 유래는 정확한 기록이 내려오진 않지만 현재 북한에 속한 함경도 지역에서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6·25 전쟁 이후 함경도 피난민들은 휴전선 부근인 속초 등지에서 둥지를 틀었다. 이때부터 함경도 지방과 날씨가 흡사한 진부령과 대관령 일대에서 함경도 사람들에 의해 황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덕장에 걸린 황태는 밤에는 얼고 낮엔 녹으면서 겨우내 서서히 건조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맛 좋은 황태가 만들어지는데 마른 후에도 외형은 물에 불린 것처럼 통통하고 노랗거나 붉은색을 띄며 속살은 희고 포슬포슬해 향긋하고 구수한 맛이 난다.

 

특히 인제군 용대리 진부령의 황태는 40여 년 전부터 건조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대관령의 덕장보다 10여년 빠른 것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황태는 국내 전체 생산량의 80%를 차지해 진부령을 황태의 본고장이라 부른다. 나머지 20%는 태백산, 대관령 등에서 생산된다. 용대3리 주민의 80% 이상이 황태와 관련된 사업에 종사한다. 그들은 바람과 폭설이란 악조건을 가진 자연환경을 생활에 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한다. 마을 인구의 30% 이상이 30~40대 청장년들로 구성된 이 마을은 불과 5~6년 전만 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오지였다. 하지만 4~5년 사이 청장년들이 황태 관련 사업을 이끌어 나가면서 인제군에서 소득이 가장 높은 마을로 평가받고 있다.

 

 

 

황태는 일반 생선보다 저지방이며 칼슘과 단백질을 비롯한 메치노오니 등의 아미노산이 풍부한 건강식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숙취 해소에도 탁월하다. 한의학에서도 간장 해독, 혈압 조절, 체내 노폐물 제거 등에는 황태를 최상으로 꼽는다. ‘神藥’이라는 저서에 따르면 연탄가스 중독자나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해자들이 마른 명태를 푹 달여 먹고 후유증 없이 효과를 봤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강원도는 자신들의 대표 특산물인 황태를 주제로 해마다 축제를 연다. 황태축제는 매년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황태의 본고장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미시령 삼거리 황태마을 부근)에서 열린다. 겨울 내내 한파와 눈 속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고운 자태를 가꿔 나가는 황태. 그럴수록 맛과 영양은 더 풍부해진다.

 

황태축제는 지난 1999년을 시작으로 꾸준히 이어져 왔다. 빙어축제와 더불어 인제군의 겨울 축제를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손색없는 체험형 축제로 발돋움했다.

 

한편 지난해 5월 이 지역 황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2012 농림식품부 장관상 황태요리 경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해 용대리 황태로 퓨전 요리를 만들어 선보이는 자리였다. 참가자들의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행사로 김치함박 황태스테이크, 황태스프, 황태 튀김, 황태 덮밥 등이 출품됐었다.

 

 

 

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