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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와 폭염, 찜통더위로 혹서기를 보냈던 게 엊그제 같다. 하지만 계절은 가을을 지나 한겨울에 이르렀다. 꽁꽁 싸매도 옷깃 사이로 파고드는 칼날 같은 매서운 추위에 눈물이 핑 돈다. 춥고 건조한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 바로 ‘대륙고기압’이 그 열쇠를 쥐고 있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확장하는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서해안에는 눈이 오겠습니다”, “대륙고기압이 강하게 자리 잡으면서 한파는 당분간 계속되겠습니다” 라는 방송 멘트가 자주 흘러나온다. 요즘 날씨정보에서는 바로 대륙고기압이 단골손님이다.
대륙고기압이란 평균 해면기압이 1030hPa 이상으로 중국 대륙 또는 시베리아 부근에서 발달해 찬 기단의 성질을 지녔으며 정체성 또한 매우 크다. 보통 발원지의 명칭을 따서 ‘시베리아 고기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1월 말에서 3월 초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주면서 차가운 북서풍을 불게 해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를 지배하고 있다.
발원지인 시베리아 내륙 지방은 적은 일사량과 복사 냉각으로 지표면이 쉽게 차가워진다. 대개 지표 부근의 기온이 -35℃를 밑돌면서 지표면으로부터 1~2km 상공에 위치한 공기도 함께 차가워진다. 남쪽의 티베트 고원 등이 벽 역할을 하는 바람에 이렇게 차가워진 공기의 유출이 막힌다.
대륙고기압에 따라 바뀌는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를 자세히 알아보자.
▣ 대륙고기압이 확장하고 있을 때
< 사진 = 기상청 >
이 시기 춥고 매서운 북서풍이 강하게 분다. 서해상의 파고가 높아져 풍랑특보가 발표되기도 한다. 또한 찬 공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상을 지나면서 해기차에 의해 눈이 내리며 특히 서해안 지역에서는 대설이 발생한다. 한차례 눈이 그치고 나면 또다시 추위가 찾아온다.
▣ 우리나라 상공에 대륙고기압이 자리잡고 있을 때
< 사진 = 기상청 >
하늘은 맑지만 춥고 건조하다. 밤에는 복사냉각이 강해 기온은 크게 떨어지며, 대륙고기압의 영향이 강해지면 한파가 지속된다.
▣ 대륙고기압의 중심이 화중지방일 때
< 사진 = 기상청 >
이 경우는 대개 ‘변질된 대륙고기압’이라고 불린다. 대기는 지표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이동하기 때문에 발원지에서 떠나오면 그 성질이 변한다. 대륙고기압이 시베리아에서 화중지방으로 확장한 다음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면 처음에는 시베리아의 찬 성질이 약화되면서 기온이 다소 상승한다.
한편 대륙고기압이 역사를 바꾸기도 했다. 과거 나폴레옹은 시베리아 고기압의 추운 날씨 때문에 러시아 정벌에 실패했다. 1812년 여름 나폴레옹은 60만명이 넘는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로 향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에 퇴각할 수 밖에 없었다. 나폴레옹의 군대를 물리치는데 공을 세웠다 해서 겨울 추위를 ‘동장군’이라 부른 것은 이에 연유한다. 동장군은 1941년 말 독일 히틀러의 소련 침공 때도 그 위력을 톡톡히 과시했다. -30℃의 혹한 대비를 미처 하지 못했던 독일군은 고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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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