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가 24일 환경부 및 산하단체에 대한 2차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번 2차 국정감사의 주요 의제는 단연 ‘구미 불산 누출사고’와 관련된 것이었다.
환노위 의원들은 환경부가 구미 불산 누출사고 발생 이후 매뉴얼에 맞는 대책회의를 실시하지 않은 점과 불산 누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기관장들을 강하게 질타하며 집중 질의를 벌였다.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환경부는 사고가 발생한 9월 27일부터 상황이 종료된 28일 사이에 ‘자체위기평가회의’를 개최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학 유해물질 유출사고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에 따르면 유출사고 시 환경부 ‘자체위기평가회의’를 개최해서 그 평가 및 판단결과에 따라 위기경보 발령 사항을 통보토록 명시하고 있다.
환경부 ‘자체위기평가회의’는 환경보건정책관이 소집해 의장을 맡고 화학물질과장(간사), 정책홍보팀장, 환경보건정책과장, 수생태보전과장, 국립환경과학원 화학물질안전관리센터장 등이 참여하는 6인으로 구성된다.
또한 위기경보를 발령할 때는 대통령실 및 관련기관에 통보하고, 심각 단계 경보 발령이나 위기경보 수준을 조정하는 경우 대통령실(국가위기관리실)과 행정안전부(재난대책과)와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와 관련, 은 의원은 지난 16일 대구지방환경청 국정감사에서 불산 가스 유출사고 대응과 관련해 “경계경보 발령 및 심각단계 해제 결정은 환경보건정책관 소관인데 유관기관 통보 공문은 계속 화학물질과장 전결로 처리됐다”며 “결정한 사람이 환경보건정책관인지, 화학물질과장인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국감장에서 환경보건정책관이 보좌진을 통해 은 의원에게 보고한 바에 따르면 “구미 사고 뒤인 10월 3일에도 울산의 불산 취급 사업장에서 화재 사고가 나는 등 2건의 사고가 더 발생했다”며 “구미 사고는 소형사고로 판단, 화학물질과장에게 사고 대응을 위임했으며 자체위기평가회의도 개최한 바 없다. 국정감사 전날 현장을 내려가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은 의원은 “환경부가 불산 가스 유출사고 초기에 상황을 얼마나 안이하게 인식하고 대처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근거”라며 “부실대응을 은폐하고자 환경부가 허위자료 제출까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가 은 의원실에 사고 이후 제출한 ‘환경부 위기경보 발령 공문’에는 장관 직인도 없고 담당자 이름도 지워져 있기 때문에 이는 명백한 허위자료 제출이라고 은 의원은 질타했다.
은 의원이 제시한 환경부 공문의 수신자는 국립환경과학원장과 대구지방환경청장만 표기돼 있다. 은 의원은 “위기경보 발령 시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등 관련기관에 통보해야 하지만 수신자란에는 빠져 있고 별도의 공문도 없는 점으로 보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은 의원은 “환경부가 안이한 상황 판단에 따라 방제약품 살포를 통한 제독작업도 하지 않고 사고 발생 12시간 만에 ‘심각’ 단계 경보를 해제한 것이야말로 주민 건강피해 등 2차 피해를 일으킨 직접적 원인”이라며 허위보고 책임자 처벌과 함께 환경부 장관의 용퇴를 요청했다.
구미 불산 누출사고에 대한 환노위 의원들에 질의는 멈추지 않았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사고 이후 현장에서 불산이 1~5ppm으로 측정됐는데 환경과학원은 위험수준인 30ppm보다 낮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했다”며 “30ppm은 즉시 사망이나 심장마비에 이를 정도로 위험한 수치인데 이보다 낮은 수치가 나왔다고 주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말한 것은 무슨 근거이냐”며 따져 물었다.
이어 그는 “장관은 침묵으로 일관하지 말고 공직자 양심에 맞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신계륜(민주통합당) 환노위 위원장도 “(불산)화학물질로 인한 피해로 입원 중인 해당 공무원 2명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물으며 “전화 통화에 그치지 말고 병원에 직접 방문해 상황을 파악하라”고 강조했다.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도 “이번 불산 유출사고는 관계부처 간 안일한 대응과 초동관리 미흡으로 일어난 인재”라며 “현실에 급급한 조치 마련에 그치지 말고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기관리 조직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맹비난
구미 불산 누출사고 당시 국립환경과학원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2차 피해를 키웠고, 박석순 원장은 당일 사고 상황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립환경과학원이 준위험지역 범위를 4㎞가 아닌 1.41㎞로 제공해 현장에서는 주민 대피 지역을 1.5㎞ 이내로 설정했다”며 “이에 따라 2차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화학물질사고대응시스템(CARIS)에 따르면 위험지역은 1㎞, 준위험지역은 1.5~4㎞로 지정돼 있다.
박석순 원장은 구미 불산 사고로 국립환경과학원 특수화학분석차량이 현장으로 출동하고 환경부가 위기경보를 ‘경계’로 발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 보고도 못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홍 의원은 “사고 당일 박 원장은 개인적인 이유로 자리를 비웠고 그 뒷날에는 추석 휴가를 떠나 사고현장에 내려가 보지도 않았다”며 “불산 사고의 심각성을 사고 발생 8일이 지난 10월 5일 환경부 국감에서야 알았다는 발언까지 하는 등 조직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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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