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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농장 두 곳이 있다. 한 곳은 좁은 공간에 수많은 가축들이 모여 산다. 정해진 시간에 사료를 먹이고 예정일이 되면 출하를 한다. 국내외 대다수 축산농장의 모습이다. 반면 다른 농장은 가축들이 활동하기에 넉넉한 공간과 음식, 휴식 시간을 제공하는 이른바 ‘동물복지’ 농장이다. 이곳에서 사육되는 가축들은 공포감이 없고 본성을 유지하며 잘 자란다.

 

이들 두 농장 중 경제성이 더 높은 곳은 어디일까. 지금까지는 공장식 밀집사육 농장이 경제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동물복지 농장이 더 경제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행복하게 자란 가축들이 주인의 주머니를 더욱 두둑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

 

농진청이 내놓은 ‘세계 축산의 새 흐름, 동물복지’ 보고서에 따르면 명분과 당위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효율성 때문에 외면됐던 ‘동물복지 축산’이 경제적 측면에서도 ‘공장형 축산’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동물복지축산의 경제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동물복지는 동물학대를 방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으나 사회와 문화가 발달함으로 인해 동물보호 복지까지로 확장됐다. 현재 세계적으로 동물복지에 관한 제도와 법률들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영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동물복지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산란계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가 시행 중이다.

 

축산분야에 있어 동물복지는 축산물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고품질의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농진청은 동물복지 축산으로 전환할 경우 추가 수입이 추가 비용을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예컨대 방사해서 기른 닭은 가둬 키운 닭보다 비타민E는 100%, 베타카로틴은 280% 많은 계란을 낳는다.

 

또 계란(178%), 돼지고기(290%), 닭고기(565%)의 오메가3 함유량도 동물복지축산으로 키웠을 때 훨씬 높다. 서울 시내 대형할인점에서 동물복지 계란이 2~3배  가량 바싸게 팔리는 것도 품질 차이 때문이다.

 

이처럼 동물복지를 고려한 적절한 가축의 관리, 운송 및 도축은 가축의 스트레스를 줄여줌으로써 이상육(돼지의 PSE, 육우의 DFD)의 발생을 낮춰 보다 고품질 육(肉)을 생산한다. 또한 스트레스의 감소는 가축의 면역력을 향상시켜 질병의 발생빈도를 줄여 항생제 등 약품의 남용을 줄일 수도 있다.

 

농진청 축산환경과 전중환 박사는 “밀집 사육된 돼지고기에서는 육질이 하얗게 물러지고 육즙이 새어 나오는 등의 문제로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 양돈업계는 이런 문제에 따른 수익 감소액을 연간 2억달러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사육 환경 개선으로 폐사율이 30%가량 줄어드는 것도 동물복지 축산의 장점이다. 그는 “2010년 겨울 구제역이 발생하는 바람에 2조원에 육박하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지만 동물복지 축산이 이뤄졌다면 피해는 훨씬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동물복지 축산이 적용된 뒤 발생한 추가 비용은 기존 생산ㆍ유통비용의 2%에 불과했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도 단위당 생산비가 늘어나는 것 이상으로 프리미엄 상승이 기대된다.

 

 

동물 복지는 생명공학 기술과 접목돼 축산의 패러다임도 바꿀 전망이다. 동물복지가 적용돼도 이전에는 생명을 빼앗는 구조지만, ‘배양육(培養肉)’기술이 상용화되면 살생 없는 육류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농진청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는 최근 소의 줄기세포로 배양육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곧 배양육으로 만든 햄버거의 시범 출시가 예상된다.

 

전 박사는 “가축방역과 안전 축산물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면 국내 축산업도 동물복지 축산으로의 대전환이 시급하다”며 “국내 사육여건과 국제적 동물복지 인증기준에 부합하는 동물복지형 대체 사육시설의 연구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환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