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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 조선일보의 보도로 점화된 기상청의 ‘태풍 볼라벤(BOLAVEN) 진로 조작 의혹’에 대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최근 세계기상기구(WMO)가 확정한 볼라벤의 ‘베스트 트랙(best track·최적 경로)’이 기상청이 발표했던 진로보다 많게는 140㎞ 더 멀리 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민주통합당) 의원은 8일 “세계기상기구(WMO)의 북서태평양 지역특별기상센터(RSMC)인 일본 기상청(JMA)이 최근 한국 기상청이 발표한 진로와는 크게 다른 볼라벤의 ‘베스트 트랙’을 확정했다”면서 “이는 한국 기상청의 진로 ‘조작 의혹’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9일 이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베스트 트랙에 따르면 태풍 볼라벤이 서울에 가장 근접했다고 기상청이 발표한 지난 8월 28일 오후 2~3시 볼라벤의 실제 위치는 기상청이 밝힌 것보다 141㎞ 더 남쪽에 위치해 있었다. 또 한국 기상청이 28일 오후 4시쯤 ‘볼라벤이 북한 해주 지방에 상륙해 북한 내륙 지방을 일직선으로 북상했다’고 발표한 것과는 달리, 베스트 트랙에는 당일 오후 4시 이후부터 볼라벤이 인천 백령도 서쪽 해상을 따라 북상한 것으로 기록됐다”면서 “이는 기상청 발표가 틀렸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시급을 요하는 현업에서는 위성영상을 통해 중심위치를 추정하는데, 이는 추후 재분석을 통해 결정되는 베스트 트랙과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 “이 분석오차는 각 기관마다 다르게 나타나며 100㎞ 이상 오차를 보이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 8월 28일 오후 7시 기상청이 발표한 볼라벤 진로도

 

기상청은 또 “100명 이상의 전국 예보관들이 화상회의를 통해 지켜보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자료가 실시간 공유되는 상황에서 태풍의 분석과 예측이 조작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상청은 “미국·일본도 베스트 트랙과의 거리차가 100㎞ 이상, 최대 272㎞까지 발생한 적이 있다”며 “단순히 WMO 베스트 트랙과 100㎞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해서 ‘조작의 증거’라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상청은 내년 1월 열리는 WMO 태풍위원회에서 베스트 트랙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JMA가 발표한 베스트 트랙 또한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 기상청의 입장이다. 기상청은 현재 자체적으로 볼라벤의 베스트 트랙을 재분석하는 중이다.

 

조선일보는 9일자 보도에서 민간 기상전문가 A씨의 말을 인용해 “WMO는 베스트 트랙의 결정 권한을 JMA에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기상청이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이것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며 “베스트 트랙 발표 이후에도 기상청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정애 의원도 JMA에 확인한 결과 ‘향후 베스트 트랙이 수정될 여지는 전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베스트 트랙 이의 제기에 따른 중재·교정 절차는 최근에 와서야 태풍위원회, 국제 베스트 트랙 커뮤니티에서 논의가 시작된 상황”이라면서 “WMO가 지역센터에 베스트 트랙에 관한 절대적인 결정 권한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지난 8월 30일 “기상청이 발표한 볼라벤의 진로가 일본·미국의 발표와 100㎞ 이상 차이가 난다”며 기상청이 진로를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지난달 20일 ‘태풍의 위치 분석, 조작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여는 등 “진로 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조선일보의 보도에 크게 반발해 왔다.

 

기상청은 내달 1일~2일 대구에서 개최되는 ‘2012 가을철 한국기상학회’에서 ‘태풍 예보와 분석’이라는 특별 세션을 마련해 볼라벤의 중심위치에 대한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의견을 교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