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화요일(21일)은 1년 중 태양이 가장 높고 길게 뜬다는 절기 하지(夏至)다. 하지에 태양은 황도(黃道) 상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 위치를 하지점(夏至點)이라고 일컫는다.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길고, 태양의 남중(南中)고도가 가장 높아진다. 낮 시간은 1년 중 가장 길어져 약 14시간에 달한다. 

정오의 태양 높이가 가장 높기 때문에 일사 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이 된다. 지표면은 태양으로부터 많은 열을 받게 되고 이것이 쌓여 하지 이후에는 기온이 상승하며 무더워진다. 

하지 무렵은 모내기가 끝나는 시기이며 가뭄이 끝나고 장마가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장마와 가뭄 대비도 해야 하므로 추수와 더불어 가장 바쁜 시기다. 모내기, 감자·마늘·보리 수확, 메밀 파종, 누에치기, 고추밭매기, 병충해 방재 등이 모두 이 시기에 이루어진다. 

남부지방에서는 단오를 전후로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 무렵이면 모두 끝나는데 이때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이 때문에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뜻으로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라는 속담도 있다. 

농촌에서는 하지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고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다. 우리나라는 주로 장마철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므로 그 전후인 하지 무렵까지는 가뭄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비’였기 때문에 기우제는 연중행사였으며 가능한 모든 방법이 동원됐다. 

한편 강원도 평창군 일대에서는 하지 무렵 감자를 캐어 밥에다 하나라도 넣어 먹어야 감자가 잘 열린다고 믿었다. 때문에 “하짓날은 감자 캐먹는 날이고 보리 환갑이다”라는 말이 전해 내려오는데 하지가 지나면 보리가 마르고 알이 잘 배지 않는다고 한다. 또 하지가 지나면 감자 싹이 죽기 때문에 ‘감자 환갑’이라고도 불렸으며 감자를 캐어다가 전을 부쳐 먹었다. 

감자는 맑은 날에 캐야 보관시 썩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햇빛을 오래 쐬면 파래지는 녹화 현상이 일어나므로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진 곳에 종이를 펴고 2~3일 널어 말려야 한다. 

흙이 마르면 통풍이 잘 되는 상자에 넣어 그늘진 곳에 보관하면 된다. 상처가 없는 좋은 감자는 겨울에도 습기가 없는 땅 속에 움을 만들어 신문지 등을 깔고 깊이 보관하면 이듬해 4~5월까지도 저장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유리 온케이웨더 기자 YRmeteo@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