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재활용 쓰레기 대란의 대책으로 일회용 컵 보증금 재도입과 비닐봉투 사용 규제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편의점 업계가 울상 짓고 있다. 컵 보증금 부활은 실질적인 가격 상승을 부추겨 성장세에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비닐봉투는 대체품이 없어 환경부의 구체적인 지침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1회용 컵에 보증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10년 만에 재도입할 방침이다. 컵 보증금 제도는 법률적 근거 미비와 미반환 보증금 관리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폐지했다. 환경부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일회용 컵 보증금 재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비닐봉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규제도 함께 시행할 예정이다.
환경부의 대책이 전해지면서 편의점 업계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간편한 먹을거리를 주로 소비하는 편의점 업계의 특성상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가 어려운 구조여서다. 사용 규제를 강화하는 비닐봉투는 마땅한 대체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도 1장당 20원에 판매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이를 두고 판매원과 소비자가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일부 매장은 무상으로 봉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일회용 컵 보증금은 매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일회용 컵을 이용하는 편의점 내 원두커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탓이다. 현재 CU와 GS25, 세븐일레븐은 각각 자체 커피브랜드인 △카페 겟(Cafe GET) △카페25(Cafe25) △세븐카페(Seven Cafe)를 운영 중이다. 편의점 커피는 1잔당 1000원의 낮은 가격을 앞세워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GS25의 카페25는 2016년 2300만 잔에서 지난해 6400만 잔으로 3배에 육박하는 신장률을 기록했다. CU도 2015년 2500만 잔에서 2016년 4500만 잔, 2017년 6000만 잔으로 매년 두 자리 수의 성장률을 써내려가고 있다. 세븐일레븐 역시 2015년 2000만 잔에서 2017년 4500만 잔으로 원두커피 판매가 대폭 늘었다.
하지만 보조금 재도입으로 커피 가격 인상 시 성장세가 둔화될 우려가 있다. 편의점 커피 가격은 아메리카노 기준 1000원에서 1200원 사이다. 2002년 당시 적용한 보조금(50~100원)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가격 인상폭이 최대 10%에 이른다. 편의점 커피의 최대 강점인 가격경쟁력이 약화하는 셈이다. 테이크아웃 위주의 판매 방식으로 일회용 컵 제공을 중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편의점 업계는 환경부의 구체적 발표를 기다린 후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이용 소비자들은 소량 구매가 대부분이어서 일회용품을 사용한다”며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호응하겠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송주오 [juoh413@edaily.co.kr] Copyright 이데일리 | 이타임즈 신디케이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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