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정부가 관련 예산을 늘리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그동안의 정부 예산 대부분을 전기자동차 보조금이 차지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나라살림연구소가 최근 3년간 미세먼지 저감 예산 전체 현황을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저감 예산 총액은 △2016년 5024억원 △2017년 6758억원 △올해 7987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미세먼지가 큰 이슈가 되면서 정부도 미세먼지 관련 예산을 크게 증액시키고 있다.
올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부처별 예산 규모는 환경부가 7226억원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산림청 609억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84억원, 국토교통부 60억원, 교육부 7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사업별로는 전기자동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이 가장 많은 3522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미세먼지 대책 예산의 44%를 차지하는 것이다.
전기자동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 사업에서 전기자동차 구매보조 구매지원은 2550억원으로 미세먼지 전체 예산의 32%에 달했다. 이 중 전기승용차 지원금액은 2400억원을 가장 많았고, 전기버스 지원은 150억원이었다. 이는 전기 승용자동차 구매자에게 1200만원의 구매지원금을 지급하고 버스는 대당 1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전기승용차 구매 지원 보조금은 별도의 지급 기준 없이 시행되는 사업으로 예산 운용의 낭비성이 지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현황과 과제'에서는 고소득자의 세컨카로 전기승용차 구매시에도 보조금이 과도하게 지원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보조금 규모 책정의 불안정성도 지적된다. 2016~2018년 3년 간 지원현황을 보면 자동차 한 대당 지원 금액은 비슷한 반면 지원대상과 사업 예산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서 전기승용차 보급을 2017년 1만2000대에서 2022년까지 35만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구매보조 지원 예산액으로 2022년까지 전기승용차 33만8000대 보급에 투입될 총 예산은 4조원에 달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2022년까지 4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감당 가능한 지 의문”이라며 “전기승용차 보급사업은 미세먼지 정책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임에도 예산 규모의 예측가능성과 사업 지속성 여부가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기승용차 구매보조 지원금 보다 사업용 전기화물차 보급사업 확대가 미세먼지 저감에 더욱 효과적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승용차보다 소형화물 화물차가 평균 주행거리가 2.5배 이상 길고 공회전 및 저속운행이 잦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화물차 지원 차량은 26대로 지원금액은 2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이경렬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전기화물차, 전기버스 지원금을 높이고 전기승용차 지원금을 낮추는 것이 더 적은 예산으로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철 [che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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