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술꾼으로 통하는 B(31)씨는 최근 음주를 하지 않는 날에도 구토와 구역 증세가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 독성 간염이 의심된다며 특별히 먹는 약물이나 영양제가 있냐는 의사의 질문에 B씨는 피로감과 안구건조증 때문에 복용해 오던 비타민A 영양제가 떠올랐다. 최근 차고 건조해진 날씨 때문에 안구건조감을 더 느껴 정량보다 복용량을 늘린 게 화근이 된 것이다. 음주량이 많은 B씨에게 비타민A 과다 복용은 일반인보다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진단에 B씨는 영양제 복용을 끊고 당분간 음주를 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비타민은 우리 몸의 직접적인 에너지원은 아니지만, 살아가는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유기 물질이다. 우리 몸에서 비타민은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이 체내에서 에너지를 제대로 생성하도록 돕고, 생리 조절과 신경 안정, 두뇌 활동 촉진 등의 역할을 한다. 비타민은 다양한 채소와 과일 섭취, 실외에서 햇볕을 쬐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자연적으로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바쁜 일상으로 균형적인 영양소 섭취가 어려울 경우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줄 수 있는 비타민제 복용도 도움이 된다. 다만 비타민을 복용하기에 앞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고 또 복용 시엔 정량을 지켜 복용해야 약물 부작용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비타민 과다 복용은 ‘독'
우리 몸의 필수 에너지인 탄수화물과 지방도 과다 섭취하면 문제가 된다. 비타민 역시 권장량 이상을 섭취할 경우 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본인에게 평소 부족한 영양소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비타민제도 적정용량을 섭취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2015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 자료에 따르면 성인 남녀의 비타민 하루 상한 섭취량은 비타민A의 경우 3000㎍(마이크로그램), 비타민C는 2000mg, 비타민E는 540mg 등으로 권장한다.
변아리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용성 비타민 중 비타민A의 경우 과다 복용시 간 기능 이상과 두통, 탈모, 골관절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비타민D는 칼슘을 과도하게 축적해 ‘고칼슘혈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수용성으로 비교적 체내에서 쉽게 배출한다고 생각하는 비타민C조차 과량 복용할 경우 신장 기능 손상을 초래, 신장 이상 및 요로 결석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정해진 용량을 복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당부했다.
◇ 특정 질환 보유자· 음주자 비타민 복용 신중해야
특정 질환의 고위험군은 비타민이 질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복용 전 의료진과 반드시 논의해야 한다. 비타민A를 과량 섭취하면 고관절 골절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 골다공증 환자들은 비타민A 영양제를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신장 기능이 저하된 사람이나 요로 결석이 있는 이들은 비타민C를 제한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음주를 즐기는 사람들은 비타민A가 간 독성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종합 비타민제를 복용하거나 영양제를 복용했을 때 피부 발진이나 설사, 복통 등의 부작용을 경험했던 사람은 되도록 비타민제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변아리 교수는 “바쁘고 불규칙한 일상으로 인해 비타민제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굳이 필요치 않은 영양소를 섭취할 경우 오히려 몸을 해칠 수 있으므로 보다 계획적인 비타민 섭취가 중요하다”며 “또 비타민제 복용 중 평소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과 이상 증세를 경험했다면, 보다 심각한 위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복용을 즉시 중단하고 병원을 찾아 자신이 복용하는 비타민제에 대해 의료진과 상담할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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