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칼럼 > [김동식 칼럼] 하늘에서 펄펄 돈이 옵니다

2001년 1월의 경우 적설일수는 8일이며, 1월 7일 서울지역은 20년만의 최고 적설량인 15.6cm를 기록하는 등 해에 따라 겨울 날씨와 적설량은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연도별로 그 차이가 극심하기 때문에 관련 업종들은 매년 피해산정이나 사전수요예측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봄 상품의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3월에 쏟아진 폭설은 제품의 출하시기를 결정하는 의류업계 담당자들에겐 너무도 당혹스러운 사건이었다. 더군다나 무더위까지 일찍 찾아온 탓에 결국 봄옷들 대부분은 재고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마다 계절과 역행으로 흘러가는 날씨가 반복될 때마다 언론은 업계의 매출 희비를 단골 메뉴처럼 다루곤 한다. 겨울철의 갑작스런 폭설 현상은 여러 가지 산업별 희비를 엇갈리게 만듦으로써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가운전자는 눈이 오게 되면 운전을 포기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게 된다.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실제 2001년 1월의 폭설로 인해 지하철 승객이 급증하여 1~4호선은 40% 이상, 5~8호선은 하루 평균 20% 이상의 매출 향상이 있었던 것으로 집계했다.

눈길 접촉사고나 수리의뢰에 따른 카센터나 대형할인점, 자동차 월동용품 업체들도 호황을 이루었다. 특히 이 시기 동안 스노우체인은 평상시의 10배 이상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H 할인점의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점포당 하루 230만 원 정도의 소비가 이루어졌는데 폭설과 함께 매출이 1,000만 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효자 상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주유소나 세차장의 경우 승용차 이용자 감소로 인해 자연스레 기름소비가 줄게 되어 폭설기간 동안 50%의 매출 감소가 있었다. 항공사 역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악기상으로 인해 134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한국도로공사에서는 도로제설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예산 집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많은 눈은 겨울 시즌동안 내내 인공눈을 만들어야 하는 스키장 관계자들에게는 희소식이 된다. 한 스키장의 경우 제설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하루 5,000만 원씩 절감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스키장을 찾게 되면서 사고도 많아지게 되는데 그 덕분(?)에 정형외과를 찾는 골절환자의 수도 일일 평균 7명 정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의 심리도 마찬가지이다. 눈이 많이 오게 되면 일단 밖으로 나가는 것이 귀찮아진다. 외출을 하기보다는 방에서 컴퓨터만 클릭하면 되는 인터넷 쇼핑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이런 심리는 인터넷 쇼핑몰과 택배서비스의 호황과 함께 백화점, 레스토랑, 카페 등의 불황을 동시에 가져왔다. B 쇼핑몰은 생필품, 도서류의 주무건수가 평소 300건 정도였던 것이 700~800여 건으로 증가하였고, 택배서비스 역시 식품류를 중심으로 평소보다 배달량이 8배나 증가해 배송인력이 부족한 현상까지 나타났다.

특히 백화점의 경우 다른 해에 비해 세일기간이 짧아 집주도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폭설이 내렸던 중부 지방은 전반적인 매출 부진을 나타냈다. 이는 폭설이 내리지 않았던 남부지방의 백화점 매출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동기간 중앙에 위치한 지점들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반면 지방에 위치한 지점들은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여기에는 바로 폭설이 주요 변수였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백화점은 폭설로 인한 매출의 변화를 뚜렷이 나타냈으며, 만약 날씨를 고려하여 지역별로 차별화 된 세일기간을 설정했더라면 매출 감소를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외에도 폭설은 개인은 물론 사회전반에 큰 피해를 발생시키며, 그에 대한 적절한 대비가 없으면 그 피해 또한 커질 수밖에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폭설은 자연재해지만 분명 손실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이익의 극대화를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이 바로 기상정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힘인 것이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 kdsik@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