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漢)나라 무제 때, 이릉이라는 장군이 흉노족 정벌에 나섰으나 크게 패했다.
이릉이 흉노의 포로가 되어 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무제는 크게 노하여 이릉의 일족을 멸하라고 명하였다.
평소 이릉의 능력과 사람됨을 알고 있던 사마천(史馬遷)은 홀로 그를 변호했다. 무제는 직언을 서슴지 않는 사마천에게 크게 노하며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지만 사마천은 ‘《사기(史記)》를 완성하라’는 부친의 유언(遺言)을 따르기 위해 사형보다 못한 궁형(宮刑)을 자청했다.
사기가 거의 완성될 무렵 사마천은 친구인 임안(任安)에게 그때의 참담한 심정을 편지에 써 보냈다.
“그때 난 어쩔 수 없이 궁형을 택했고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다네. 내가 그때 사형을 받았다면 나는 ‘아홉 마리의 소중에서 털 하나 없어지는 것(假令僕伏法受誅若九牛亡一毛)’ 밖에 안 되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네. 내가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한 까닭은 나의 문채(文采)가 후세에 드러나지 않을까봐 그랬던 걸세. 다만 부모님의 무덤을 찾아 뵐 낯이 없을 뿐이지.”
그로부터 2년 후 완성된 130여 권의 사기는 중국 최초의 역사서로서 불의의 명저로 꼽히며 오늘날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소한마리에 달린 털의 개수가 몇 개일까?
건강한 사람의 평균 머리털의 개수만 해도 12만개에서 15만개라 하니 그 수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을 것이다. 그것도 아홉 마리의 털 중에 털 하나라면 그야 말로 흔하디흔한 것 중에 하나 일 수 밖에 없다.
사마천은 그 구우일모가 되지 않기 위해 차라리 치욕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가 본질적으로 치욕적으로 여긴 것은 자신의 양심과 소신이 밝혀지지 않는 것이 더욱 치욕적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치욕을 참고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여 더러운 똥 속에 처박히는 생활’을 마다하지 않았다.
도대체 구우일모가 그렇게 싫은 것인가? 누구는 평범함이 위대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사업가는 이 구우일모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업가야 말로 이 구우일모가 되는 것은 치욕적인 것을 넘어 죽는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하는 비슷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것 모두가 만드는 비슷비슷한 것을 만드는 것, 세상에 넘치고 넘치는 무엇인가를 또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야 말로 사업이 망하거나 고생하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세상에 없던 가치를 만들거나 세상에 있던 가치를 더욱 더 가치 있게 하는 내용이 없다면 그 사업은 생존하기 힘들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저 사람은 저런 방식과 저런 서비스로 성공했으니 나도 될 줄 알았는데 왜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흔해 질수록 흔히 말하는 레드오션의 고생과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사마천은 구우일모가 되지 않기 위해 온갖 치욕을 다 참았어야 하지만 비즈니스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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