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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한파에 눈물이 ‘핑’돌고 코끝은 ‘찡’하다. 칼날같은 바람에 맞서며 길을 걷어야 하는 계절이다. 노릇노릇 구운 붕어빵, 칼칼하고 따끈한 어묵 국물로 얼었던 몸을 잠시나마 녹여본다. 날은 춥지만 가는 길을 멈추고 호호 불어가며 한입 두입 먹는 간식거리가 이렇게 맛깔스러울 수 있을까.
12월 들어 아침 기온이 -10℃ 이하로 떨어졌던 적이 잦았다. 한낮에도 영하권에 머무는 날이 비일비재했다. 여기에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20℃ 안팎까지 내려가 바깥은 냉동고와 다름없었다. 올 겨울 혹한이 유독 매섭다. 꽁꽁 언 몸을 잠시나마 풀게 해주는 것이 바로 겨울철 간식이 아닐까 싶다.
■ 붕어빵
추운 거리를 걷다가도 철컹하며 붕어빵 굽는 기계소리가 들리면 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10여년 전만해도 붕어빵은 겨울 간식의 독보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1세대였던 붕어빵이 잉어빵으로 세대를 물러줬다. 맨 처음 ‘팥잉어빵’으로 시작해 현재는 달콤한 슈크림으로 속을 채운 ‘슈크림잉어빵’까지 나와 매대를 꽤 차고 있다.
진화를 거듭하던 붕어빵은 3세대로 불리는 도미빵(=다이야키)으로 발전했다. 일본어로는 타이야끼로 속에 팥소를 넣고 구운 도미 모양의 풀빵이다. 1909년 고베라는 사람이 도쿄시내 아자부 주변에서 처음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 도미다. 우리나라에서는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일본에서는 ‘썩어도 도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맛있는 생선으로 이름나 있다. 하지만 워낙 값이 비싸다보니 일본 서민들이 도미모양으로 풀빵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 호빵
호~호~ 불어가며 먹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바로 호빵이다. 찜통기계 안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맛있게 익어가고 있는 호빵을 볼 때면 계절이 한겨울임을 느낀다. 과거 몇 년 전만해도 단팥호빵과 야채호빵이 양대 산맥을 이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피자호빵, 쑥호빵, 고구마호빵, 카레맛호빵, 초콜릿호빵 등 종류가 다양하다. 호빵의 변신은 무죄라 할 정도로 여러 가지 맛의 호빵이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 호떡
호씨 집안의 또다른 명사(名士), 호떡이다. 추운 겨울에 먹으면 그 달달함과 쫄깃함이 더욱 느껴져 길거리 음식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호떡은 중국식 떡으로 원래 밀가루나 찹쌀가루를 반죽해 흑설탕으로 소를 넣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둥글넓적하게 구워낸다. 호떡도 호빵과 마찬가지로 그 속을 무엇으로 채우냐에 따라 꿀호떡, 야채호떡, 피자호떡, 잡채호떡 등이 있다. 호떡은 기름기가 다소 많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 이런 단점을 극복해 기름을 쓰지 않고 구워 만든 담백한 ‘버블호떡’도 인기다. 맛은 공갈빵과 비슷하지만 모양은 더 납작하다.
한편 근래 한 TV프로그램에서 모 연예인이 부산의 명물이라 소개하면서 인기 급상승한 ‘씨앗호떡’이 있다. 이 호떡은 부산 남포동 거리에서 시작돼 서면, 해운대로 점차 퍼져나갔다. 기존의 호떡과는 조금 다르다. 호떡반죽에 설탕 믹서를 한 수저 넣고 동그랗게 여며 기름을 두른 철판에 넣는다. 표면에 갈색줄이 생길 때까지 익힌다. 잘 익히고 나면 기름기를 빼고 호떡을 뉘인 채 반으로 잘라 건포도, 해바라기씨, 아몬드, 호박씨, 땅콩 등 견과류를 넣는다. 기존의 호떡과 달리 내용물이 알차 하나만 먹어도 든든하다.
■ 군고구마·군밤
겨울철 구운 간식을 꺼낼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들, 바로 군고구마와 군밤이다. 옛날에는 화롯불에 구워먹었지만 차츰 고구마를 굽는 통과 밤을 굽는 전용기기들이 나와 길거리를 메웠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직화구이냄비가 등장하면서 여기에 고구마, 밤 등을 구워먹을 수 있게 됐다. 이제는 가정에서도 군고구마, 군밤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겨울철 간식거리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홈메이킹 제품들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밀가루 반죽과 소까지 전부 다 들어 있어 집에서도 호떡, 호빵 등을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따뜻한 간식으로 추운 몸을 녹이고 속도 든든히 채워보는 건 겨울을 나는 별난 재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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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