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4월 14일, 두산 VS 기아 야구경기가 펼쳐질 광주구장의 전광판에 ‘금일경기는 한파와 강설로 인해 ’이라는 문구가 떴다. 이날 광주구장은 1.1℃로 기온도 매우 낮았을 뿐더러 눈보라까지 거세 경기를 하기엔 무리였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이후 비 때문이 아닌 한파와 강설 때문에 경기가 취소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렇듯 야외스포츠인 야구는 날씨에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다. 이는 비단 야구선수들 뿐만 아다. 경기장을 찾는 관중은 물론이고, 이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야구용품들도 마찬가지다.

 

 

프로야구 시즌은 대부분 4월 초쯤 시작한다. 최근 4월 날씨를 보면 꽃샘추위가 자주 찾아왔다. 평일 야간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에게 ‘야구점퍼’의 인기는 단연 으뜸. 게다가 방한용 역할을 톡톡히 하는 ‘무릎담요’는 필수아이템이다. 과거 두산 베어스의 경우, 회원가입을 하면 무릎담요를 가입 선물로 주기도 했다.

한편, 봄철 불청객인 황사가 발생한 날에 몇몇 구단에서는 황사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외출을 하지 않아 야구장 방문도 포기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야구장을 찾았던 사람들에게 황사마스크는 단시간에 인기 up. 지난 2007년 4월 5일 개막전에 불청객 황사가 찾아왔었다. 경기가 끝나고 야구팬 대다수가 목이 따끔거리면서 쉰 채로 돌아간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날 주변 삼겹살집에 야구팬들이 많이 모이기도 했다는 뒷이야기까지 전해진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익숙한 단어 ‘장마’. 매년 6월이면 장마기간이 시작된다. 특히 이 기간에는 ‘우천취소’가 가끔 생겨나 야구팬들은 물론 야구관계자들에게 아쉬운 때가 많다. 잦은 비소식이 들릴지라도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 경기는 대개 예정대로 진행된다. 때문에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우산과 우비는 필수용품. 비 예보가 있는 날에는 구장 내 매점은 우산과 우비를 두둑하게 준비하고 손님을 기다린다.

장마가 끝나면 ‘햇볕 쨍쨍’, ‘푹푹 찌는 듯한’ 여름 무더위가 찾아온다. 야구팬들에게 무더운 날씨는 큰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은 더운 여름에 땀을 흘려가면서 야구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한다. 이때는 뜨거운 열기를 잠시나마 식혀 줄 아이스 목도리의 인기가 급상승한다. 실제로 7~8월 중, 잠실구장 내에서 아이스 목도리를 비치해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9월초가 되면 프로야구 정규시즌 일정이 모두 끝이 난다. 하지만 과거 우천취소됐던 경기들이 차례대로 진행되면서 9월 중순~말까지 야구경기는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9월은 가을의 시작을 알린다고 하지만 최근 날씨경향을 보면 여름과 가을 사이의 날씨가 나타난다. 다소 더운 날엔 여전히 아이스목도리를 찾는 사람이 많고, 가을바람이 살랑 부는 날엔 쌀쌀함을 막아줄 무릎담요와 따뜻한 어묵이 매점에서 인기를 차지한다.

 

  

가을잔치에 초대되는 팀은 8개 팀 중 4개 팀이다. 정규 리그가 끝난 다음 최종 우승 팀을 가리기 위해 가을야구가 펼쳐진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경우는 정규 리그 3위와 4위가 벌이는 5전 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 정규 리그 2위팀과 준플레이오프의 승자가 벌이는 5전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 정규 리그 1위와 플레이오프의 승자가 벌이는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 등이 있다. 10월은 가을시즌 한 가운데서 진행되기 때문에 일교차가 큰 가을 날씨에 대비한 ‘무릎담요’와 ‘야구점퍼’가 가장 잘 팔린다. 최근엔 10월 말에 기온이 뚝 떨어지기도 해 ‘겨울용 야구점퍼’나 ‘후드티’가 큰 인기를 얻기도 한다.

 

정연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