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쾌청하고 풍성한 먹을거리가 넘치는 가을이다. 곡식이 결실을 맺고 수산물은 살이 통통하게 오르니 맛 또한 일품이다. 가을 제철인 전어·꽃게·대하를 만나러 서해안으로 떠나보자.
가을 제철 음식하면 떠오르는 건 전어다.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야말로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전어는 고기에 가시가 많지만 육질이 부드러워 씹어 먹기 좋다. 가을이 되면 기름이 많고 맛이 절정에 이른다.
최대 수명이 7년인 전어는 26㎝까지 자란다. 가을 전어의 고소함을 제대로 맛보려면 2년생 이상, 15㎝ 이상을 골라야 한다. 크기에 따라 지방 함량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전어는 뼈째 썰어서 씹는 맛을 즐기는 뼈회(세꼬시회)로 즐기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15㎝ 안팎이 적당하다. 구이용으로는 그 이상이 지방 함량이 높아 더 맛있다.
전어회는 포를 떠서 먹는 것보다 뼈째 썰어서 깻잎에다 막장에 찍은 고추, 마늘과 함께 어적어적 씹어 먹어야 제 맛이 난다. 살과 함께 잔뼈가 입 속에서 아삭아삭 소리를 내며 지방질과 어우러져서 감칠맛이 뛰어나다.
전어구이는 칼집을 넣은 전어에 굵은 소금을 뿌려 20분 정도 놔뒀다가 석쇠에 구우면 기름이 번들거리면서 고소한 냄새가 천지를 진동한다.
가을 별미의 또 하나는 꽃게다. 두 달 간의 금어기가 지나고, 본격적인 입맛을 즐기는 시기다.
올해는 유례없는 가을꽃게 대풍이 예고돼 예년보다 저렴한 가격에 꽃게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충남 태안군은 하루 6t에서 많게는 15t이 넘는 꽃게가 잡히고 있다. 가격도 ㎏에 1만~1만 5000원대로 저렴해 태안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꽃게의 제철은 봄과 가을이다. 봄에는 암꽃게가 알을 배고 있어 맛있고 가을에는 수꽃게가 살이 쪄 맛있다. 게살이 꽉 찬 가을 꽃게는 그대로 쪄서 먹거나 끓는 물에 삶아서 쫄깃한 살을 쏙쏙 빼먹는 찜이 가장 맛있다. 죽었거나 냉동된 것은 꽃게탕을 끓여먹으면 좋다.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대하도 가을에만 즐기는 별미다. 충남 홍성의 내포, 태안 안면도, 보령 무창포 등 서해안 곳곳이 대하축제로 입맛을 유혹한다.
커다란 대하를 왕소금에 구워 먹는 맛은 특별하다. 충남 홍성군 남당항에서는 천수만에서 갓 잡아 올린 자연산 대하를 만날 수 있다. 천수만산 대하는 평균 길이가 20㎝~27㎝ 크기로 우리나라 연안에서 자생하는 80여종의 새우 중 가장 크고 맛있다.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해 껍질을 벗겨 먹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껍질이 영양의 보고다. 대하는 머리 부위에 영양소가 몰려 있다. 다른 갑각류가 몸통에 알을 품고 있는 반면 대하는 머리에 알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통은 껍질을 벗겨 날로 먹고 머리는 즉석에서 소금구이로 먹는 것이 대하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축제기간에는 대하 잡이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대하로 만든 각종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풍성한 서해의 가을 해산물 축제. 이번 주말, 가을 별미를 찾아 서해로 발길을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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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