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는 회색빛 겨울도시에서 탈출해 보자. 아이들과 경기도 두메산골의 오지로 떠나 얼마 남지 않은 겨울을 즐기자는 것.
양평군의 단월면 산음리는 외지인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숨겨진 자연명소다. 산음리 마을회관 앞 얼음썰매장에서는 주말마다 썰매시합이 열린다. 겨울산촌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다. 아이들의 열기로 한겨울 세찬 바람도 무색하다. “출발”이라는 소리를 듣고 아이들은 힘찬 함성을 내지른다. 즐거워하는 아이 덕분에 엄마, 아빠도 동심으로 돌아간다.
불과 30분 전만 해도 썰매타는 법을 몰라 쩔쩔매던 아이들이 어느새 속도내는 법을 터득하고 방향조정에도 능숙해진다. 1등을 차지하고 싶은 욕심에 꼴찌를 한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엄마는 “점심 먹고 팽이치기와 얼음축구에서 실력을 보여주면 돼”라며 아이를 달랜다.
아이들은 지루할 새가 없다. 썰매를 타고 지치지도 않는지 점심을 먹고 난 아이들이 팽이를 직접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손끝이 야무진 초등학생 누나는 선생님 설명을 듣자마자 혼자서 척척 만들어 나간다. 어린 남동생도 아빠의 도움으로 어느새 뚝딱 팽이 하나를 완성해 신이 났다. 짚신 만들기, 제기 만들기 등 다양한 민속공예체험도 풍성하다.
직접 만든 팽이로 시합도 벌인다. 돌리는 법을 모르는 아이들이 마을 어른의 시범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처음 본 도시친구들과 너나 할 것 없이 ‘안 죽고 오래 남기’ 한 판 시합이 벌어진다. 일등 먹은 아이는 어깨가 으쓱. 남자아이들에겐 얼음판에서 벌이는 축구 시합도 인기다.
점심을 든든히 먹었지만 아이들은 항상 배가 고프다. 이럴 땐 매콤한 떡볶이가 제격. 빨갛게 달아오른 뺨을 부비며 비닐하우스 식당에 들어서자 뜨뜻한 어묵국물 온기가 반긴다. 군고구마 익어가는 냄새도 구수하다. 먹음직스러운 매콤한 떡볶이 한 접시에 아이들은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다. 이왕 먹는 김에 컵라면도 추가요~
운동장에서 캠핑을 하며 힐링 요가, 댄스, 산촌놀이, 트레킹, 목공예 체험 등 다양한 가족놀이를 즐기는 ‘가족힐링캠프’ 프로그램도 있다. 금~일요일 2박3일 일정이고, 차와 곡주를 즐기며 자연과 벗하고 휴식을 취하는 ‘차곡차곡 시주풍류’는 토~일요일 1박2일 일정이다. 첫날 저녁과 둘째 날 아침, 점심 역시 부녀회원들이 준비한다. 메뉴는 소박하지만 건강한 시골밥상과 산나물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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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