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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임진년 첫 해가 밝았다. 묵은 해를 보내고 신년을 맞이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한 해를 새롭게 여는 마음만큼은 세계 공통이지만, 신년맞이 풍경은 세계 곳곳에서도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나라다. 한국 보다 4시간이 빠르다. 뉴질랜드에서도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도시는 북섬 동쪽 끝에 있는 ‘기스본’이다. 기스본의 1월 1일 일출시각은 오전 5시 45분, 한국시각으로는 새벽 1시 45분이다.

 

뉴질랜드의 일출광경을 보기 위해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 든다. 기스본은 오클랜드에서 자동차로 약 5시간 정도 걸린다.

 

뉴질랜드가 신년을 맞는 계절은 한 여름이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한달 정도 산과 바다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뉴질랜드의 여름철은 비가 적게 오는 아주 좋은 날씨가 계속된다. 한국과 달리 특집방송도 거의 없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진행되고 연말연시에는 오히려 외국의 프로그램 방송이 더 많아진다. 이는 많은 직원들이 휴가를 떠나기 때문이다.

 

1월 1일 자정 오클랜드 시내 중심 아오테아 광장에서 새해맞이 대규모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많은 시민들이 오클랜드의 상징이기도 한 높이 328미터의 Sky Tower를 중심으로 새해 첫 순간을 맞기 위해 모인다.

 

1월 1일 0시가 되기 10초 전부터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TV 모니터를 보며 다 같이 카운트 다운을 시작한다. 0시가 되면 모두들 “Happy New Year”를 외치면서 폭죽을 터트린다. 모르는 사람들과도 악수를 하면서 새해 인사를 나누는 것이 전통이다.

 

뉴질랜드는 새해를 맞아 특별한 음식을 해 먹는다든가 등의 풍습이 따로 있지 않다. 때문에 바닷가에서 혹은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휴가를 즐기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고대 이집트인은 시간의 흐름을 주기나 단위로 구분했다. 이집트인은 나일강의 수위가 최고에 이르렀을 때를 한 해의 시작이라고 여겼다. 한 해를 열두 달로 쪼갠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새해의 첫날이 한겨울이 된 건 기독교와 관계가 있다. 고대 농경사회 시간의 흐름은 농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새해의 시작도 농사를 시작할 수 있는 지금의 3월쯤으로 각종 기록은 전하고 있다. 그러다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지금처럼 크리스마스로부터 꼭 일주일 뒤로 당겨지게 됐다. 연이은 크리스마스 축제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다.

 

동양권은 여전히 음력설 풍습이 강하게 남아 있다. 특별한 의미까지 둬 성대한 새해 맞이 행사를 치른다. 반면 서구에선 조용히 새해 첫날을 기념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직후 음력을 폐지하면서 양력설을 취하고 있다.

 

중국은 음력설 춘제(春節)때 웃어른께 절을 하고 ‘압세전(壓歲錢)’이라는 세뱃돈을 받는 풍습이 있다. 절을 받는 사람은 반드시 붉은 봉투에 덕담을 쓰고 새 돈을 넣어 준다. 이 봉투를 ‘홍바오(紅包)’라 한다. 그리고 ‘돈 많이 벌어라’는 뜻의 “궁시파차이(恭禧發財)”라는 말을 덧붙인다.

 

만두, 두포(팥빵), 연고(설떡), 미화당(쌀엿), 두부, 전퇴(전병), 유각(튀김과자) 등 새해 음식을 하기 전에 온가족이 함께 대청소를 하는데 가위나 칼 등 자르거나 오리는 도구를 감춘다. 새해의 복을 자르거나 쪼개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기둥이나 대문에는 새해의 복을 기원하는 글귀를 써 붙인다.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는 복(福)자와 재(財)자. 복자는 거꾸로 붙인다. 이는 ‘도복(倒福·복을 거꾸로 하다)’과 ‘도복(到福·복이 온다)’의 발음이 비슷해 복자를 거꾸로 붙이면 복이 들어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본은 새해가 되면 ‘쇼가쓰(正月)’라고 불리는 신년 축제를 즐긴다. 정월 초하루부터 초사흘까지인데 초이레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새해를 앞둔 12월 30일은 미소카(晦日)라 하여 집안 대청소를 하고, 31일은 ‘오오미소카(大晦日)’라 하여 명절 음식인 ‘오세치요리’를 준비한다. ‘오세치요리’는 우엉, 연근, 새우, 다시마, 검은 콩, 무 따위를 국물 없이 건더기로만 달콤하게 조리해 네모난 찬합에 담아놓은 것으로 설 연휴 동안에 먹는다.

 

쇼가쓰의 첫날인 초하루에는 아침 일찍 새해의 첫 물을 푸고, 신불(神佛)을 모신 집에서는 참배를 한 뒤 ‘토소’라고 하는 특별한 술과 ‘조오니’ 떡국을 먹는다. 새해를 상징하는 연, 매화 등이 그려져 있는 봉투에 세뱃돈을 넣어주는 풍습이 있다.

 

베트남은 일가 친척, 선생님, 이웃들을 방문해 서로 덕담을 나누고 복을 기원한다. 가정에서는 꺼이 네우(Cay Neu)로 장식을 한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같이 나무에 흙이나 종이로 만든 잉어나 말, 여러 가지 형태의 물건을 단다.

 

설날의 첫 방문자는 그해의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어 고위 인사나 돈 많은 사람을 초대하기도 한다. 첫 방문자는 조상신을 모신 제례상에 향불을 피우고, 덕담을 하고, 어린이에게는 세뱃돈을 나누어 준다. 설날에 손님들이 모이면 수박을 자르는데 빨갛게 익었으면 다복하다고 믿는다.

 

독일인들은 그믐날 밤 친지들이 모여 성대한 만찬을 즐기다 자정이 되면 일순간 불을 꺼 한 해가 저물었음을 알린다. ‘프로이트 노이야(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새해 인사를 나눈 뒤 샴페인이 한 순배 돌고 나면 폭죽을 터뜨리러 밖으로 나간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녹두를 넣어 요리한 음식과 발톱까지 보이는 돼지족발로 새해 음식을 차린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새해 첫 방문자의 용모를 통해 그해의 운을 점친다. 까만 머리나 진한 머릿결을 가진 남자가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다.

 

미국은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뉴욕 타임 스퀘어에서 ‘희망의 별’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에 맞춰 1분간 카운트다운을 하거나 서부 캘리포니아의 패서디나(LA 근교)에서 그날 오후 벌이는 퍼레이드로 새해를 맞는다.

 

러시아에서는 가족들과 식사 전에 귀밝이 술 ‘윗가’를 마시면서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한다. 헝가리는 점심 때 콩을 넣은 음식을 먹으면서 부자가 되길 기원한다. 멕시코에서는 1월 1일 새벽 0시, 시계탑 종이 12번 울리는 것에 맞추어 포도알 12개를 먹으며 새해 12개월 동안의 소원 12가지를 빈다.

 

유대 달력에 따라 양력으로 9월에 ‘로쉬 하사나’로 불리는 새해맞이 행사를 하는 이스라엘에서는 설날에 서로 행운의 덕담을 하면서 꿀에 담근 사과나 대추야자, 호박, 사탕무를 먹는다.

 

정의정 기자 irumy20@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