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Activity > 북극곰, 거대 공룡…박물관이 살아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주부 김모씨. 집에만 있는 아이가 걱정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다. 아이의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도 이유가 됐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최초의 종합자연사박물관이다. 전 세계에서 수집한 광물, 암석, 공룡을 포함한 화석, 동식물 및 곤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물표본들을 직접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모형, 디오라마, 입체영상 등의 최신 전시기법을 활용해 역사를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모래에 감춰진 화석을 찾는 공간이 반긴다. 모래 속에는 시조새와 암모나이트 모형화석이 묻혀있어 화석을 발굴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공룡 모형의 커다란 미끄럼틀은 놀이터에 온 것 마냥 아이들을 들뜨게 만든다.

중앙홀 가운데에는 전기 백악기의 육식공룡인 아크로칸토사우르스가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을 향해 포효한다. 관람을 시작하는 3층에서 눈을 맞출 정도로 거대한 모습이다. 천정에는 하늘을 나는 익룡 프테라노돈이 머리 위를 배회한다. 물고기의 일종인 파키리조두스 화석은 관람객의 눈치를 살핀다.

박물관의 관람 시작은 지구환경관이다. 입체영상관에서는 우주의 대폭발부터 가스가 뭉쳐저 지구가 형성되는 과정을 특수안경을 이용해 관람한다. 다음은 지구내부 탐험이다. 커다란 지구모형 안으로 들어가면 맨틀, 내핵, 외핵 등 자세한 지구 내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판끼리 부딪혀 지진이 일어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지질현상 코너도 인기다. 여러 개의 판들이 이동하면서 멀어지거나 부딪히며 습곡과 단층이 생기는 모습이 흥미롭다. 동굴 속 탐험 코너에서는 동굴생성 원리를 배운다. 동굴 탐험이 지나자 어둠속에서 형광빛을 내는 광물이 눈길을 잡는다. 신기한 광물을 본 아이들은 바로 옆 터치스크린에서 정보를 검색해 본다.

2층 생명진화관은 박물관 최고 인기 전시관이다. 중생대 공룡의 세계에서는 새끼들과 산책하는 트리케라톱스 가족을 볼 수 있다. 바로 옆에는 머리를 맞부딪히며 싸우는 파키케팔로사우루스도 있다. 역동적인 전시물들에 아이들이 열광한다.

긴털매머드는 서대물자연사박물관의 자랑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웅장함을 과시하는 매머드의 상아가 공중을 가른다. 인류의 직계조상인 호모 하빌리스는 원숭이와 비슷한 모습이다.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된 인류는 유인원과 다르게 엄지손가락이 다른 손가락과 마주할 수 있어 도구사용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다음 코너에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동물과 곤충, 어류가 전시돼 있다. 입을 벌리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북극곰의 사실적인 모습이 놀랍다. 회색늑대는 으르렁 거리며 먹이를 향해 곧 달려들 것만 같다.

마지막 코너는 1층의 인간과 자연관이다. 자연파괴로 신음하는 한국의 자연과 서울의 생태계를 볼 수 있다. 한강 수족관에는 한강 상·중·하류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마치 한강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생생한 관찰이 가능하다.

멸종위기 식물인 깽깽이풀이 그 이름만큼 앙증맞은 보랏빛 자태를 드러낸다. 살아있는 생명체 전시관에는 우리나라 강가에 서식하는 아무르장지뱀과 누룩뱀이 전시돼 있다. 또아리를 풀며 흙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유리벽을 타기도 한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수준 높은 기획전시로 유명하다. 현재는 ‘동물이야? 식물이야?’전이 진행되고 있다. 스스로 양분을 만들지 않고 다른 동물을 잡아먹어서 동물인지 식물인지 구별이 불가능한 끈끈이 주걱과 파리지옥의 실물을 만나볼 수 있다. 식물 같지만 바다에 사는 동물인 산호도 전시되어 있다. 아이들은 즐기며 대자연을 배워나간다.

전시 이외에도 박물관 교실, 체험교실 등도 신청제로 운영되고 있다. 어린이는 천원의 입장료로 관람이 가능하고 평일 1회 도슨트 설명 서비스가 진행된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설명을 진행하는 어린이 도슨트 제도도 자원봉사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정모 관장은 “입시에 지친 아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박물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박물관을 공부하는 곳이 아닌 자연을 느끼고 뛰놀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라고 운영비전을 밝혔다.

정다운 기자 jdw2218@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