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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5일이면 현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이 본격 추진된 지 4년이 된다. 이를 계기로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와 에너지경제연구원은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녹색성장의좌표와 발전방향’이란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가졌다. 그간 녹색성장의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추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녹색성장위 위원들을 포함, 관련 산·학·연 및 시민단체 전문가 다수가 참여했다. 각 발표자·토론자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내 놓았다.

 

 

양수길 녹색성장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선포할 때 특히 강조한 것이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기술’이었다”고 소개하며 “녹색성장이 ‘녹색’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춰 환경보전을 도외시했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환경 부분을 중심으로 녹색성장 정책을 재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국가 전략으로서의 녹색성장’ 주제 발표에서 이같이 말하며 “녹색성장이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지속 가능하려면 ‘국민의 공감’을 받아야 한다”며 “의도대로 녹색성장의 효과가 나와야 국민의 공감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해서는 “정부쪽에서는 원자력 확대 정책에 대해 ‘안심하라’고 말하고 있는데, 정부는 지금보다 원자력 안전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도, 가만히 보면 원자력 발전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많이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원자력에 대한 의존 증대를 최대한 회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향후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국민적 토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현재의 재생가능에너지 계획이 최선인지, 원자력의 대안은 정말 없는지 등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견해다. 그는 “원자력 발전에서 안전 문제가 매우 중요한 만큼, 원자력 안전 기술에 대한 국제협력을 좀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최근 (뇌물비리 사건 등) 한수원 사태를 보면 그 임직원들이 원자력 안전문제에 대해 전혀 생각이 없는 듯 하다”고 우려했다.

 

신정식 중앙대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 놨다. 원전에 대한 중립적 의견을 가진 학자들과 연구해 왔다는 그는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할 수 있을 때까지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에너지 정책에 대한 대국민 소통과정과 공론화 과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또 “현재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목표치는 11%인데, 정부가 좀 더 강력하게 신재생에너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순 서울대 교수는 녹색성장의 미완 과제를 설명하며 “녹색성장에서 ‘녹색’이 ‘저탄소’라는 지나치게 좁은 의미로 인식되고 있다. 향후 정책방향은 좀 더 넓은 녹색가치를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 부처간 갈등과 업무 비협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지방 녹색성장위는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지적하며 “정부주도(top-down) 방식에서 민간주도(bottom-up) 방식으로 이행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곽재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도 향후 녹색성장 전략과 관련,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 국민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잘 구분해 top-down과 bottom-up 방식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토론에서 “차기 정부는 녹색성장을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녹색성장의 개념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완하는 식이 아니라 대체하는 식이 되어 버렸다. 국민들도 녹색성장을 MB정부의 브랜드로서 인식할 뿐, 이를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비전으로서 인식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녹색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양수길 녹색성장위원장은 “MB정부가 실제로 녹색성장에 엄청난 정열을 쏟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MB브랜드가 된 것”이라며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을 때 이전 정권의 브랜드가 붙어있다고 해서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잘 못 됐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녹색성장에는 역사적 필연성이 있다”고 강조하며 “우리나라의 수입 화석연료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97%)와 가격경쟁력 위주의 수출주도산업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견이 없다.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을 “녹색성장에 ‘저탄소’라는 단어를 추가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한 청중은 “빈곤 극복 해법과 연결되지 않은 녹색성장은 기업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장 자체를 위한 성장이 아닌, 국민을 위한 성장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은 녹색성장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세션1(총론)과 세션2(각론)로 나뉘어 진행됐다. 세션1에서는 그간 녹색성장의 성과와 현황에 대해 양수길 녹색성장위원장, 이지순 서울대 교수, 조홍식 서울대 교수의 발표가 진행됐다. 이회성 IPCC 부의장을 좌장으로 열린 지정토론에는 정서용 고려대 교수, 유상희 동의대 교수, 홍준형 서울대 교수,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이 참석했다.

 

세션2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정책, 녹색기술, 녹색도시, 녹색 사회 등을 주제로 곽재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신정식 중앙대 교수, 문승일 서울대 교수, 김도년 성균관대 교수, 하지원 에코맘 대표의 발표가 진행됐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정회성 환경과문명 대표가 좌장을 맡았다. 조용성 고려대 교수, 김승래 한림대 교수, 김창섭 가천대 교수, 변병설 인하대 교수,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대표, 이정수 녹색미래 사무총장이 토론에 참석했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