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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의 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면을 활용해 기회로 삼으려는 지자체가 증가하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부발연·BDI)은 최근 발간한 BDI포커스 ‘기후변화와 부산의 대응 방안’이라는 주제의 연구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를 부산의 기회로 살리자고 제안했다.

 

부발연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전염병 증가, 연안 입지 시설의 피해, 물부족 심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부산의 기후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먼저 지난 2009년 1월 정부로부터 ‘해양·파생 특화 금융 중심지’로 지정된 것에 맞춰 탄소배출권거래소 유치를 제안했다. 탄소배출권거래소는 기후변화협약으로 온실가스 거래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그 권리를 유가증권 즉 파생상품으로 바꿔 거래하는 시장이다. 관련 산업 파급효과도 커 동북아 금융중심 도시를 꿈꾸고 있는 부산으로서는 반드시 필요하단 지적이다.

 

이상길 부산시 금융정책 담당자는 “부산은 세계적인 거래시스템을 보유한 한국거래소 본사가 있고, 탄소배출권의 수요․공급처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국익을 위해서라도 부산에 탄소배출권거래소 유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부산을 기후산업 메카로 만들자는 것도 제시됐다. 기후변화는 기업 경영에 큰 변수인 만큼 기후 정보가 거래되는 허브로 만들자는 것이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기상산업진흥법에 따라 전국에 등록된 기상 사업자는 지난 8월까지 105곳에 달한다. 예보, 컨설팅, 장비 업체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부산에는 기상정보를 가공해 제공하는 기업이 없다.

 

장영환 부발연 전문위원은 “부산은 해양도시고, 자연적 입지 조건도 좋아 기후 변화 대응의 모범 도시로 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며 “기회를 선점하면 부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산을 기후산업의 메카로 만들자는 제안은 부산에 APEC기후센터가 있다는 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005년 설립된 기후변화센터는 예보를 생산하고 제공해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고, 관계 기관의 대응력을 높이도록 돕고 있다.

 

기후산업 육성은 지역 기업에 이득과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부산에는 기상 관련 대학 학과 2곳이 있지만 이들 인력을 소화할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상태다.

 

남재철 부산지방기상청장은 “가장 먼저 지역 기업이 기상정보의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며 “부산에서 기후산업이 활성화하면 기업 활동과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득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미 변화가 진행 중인 곳은 제주다. 제주지역은 온난화의 속도와 영향이 한반도 내에서도 가장 빠르고 심하다. 제주는 기후변화에 맞춰 아열대 농작물 재배와 바다로 둘러쌓인 자연적 혜택을 토대로 새로운 산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평균 기온이 1.6도나 오르면서 제주는 망고, 용과, 골드키위 등 아열대성 과일과 채소류의 재배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당도 역시 수입산에 뒤지지 않아 국산 애플망고는 복숭아만큼 달다.

 

제주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에 따르면 현재 제주와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20여 가지 열대, 아열대 과일, 채소류에 대한 시험 재배 및 양산이 이뤄지고 있다.

 

아열대 기후대로 변하면서 열대과일 재배가 새로운 소득창구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망고 재배 농가만 30곳이 넘고, 재배 면적도 50ha가 넘는다.

 

아열대 기후대는 연중 가장 추운 달의 평균 기온이 영하 3도~18도, 월 평균 기온이 10도를 넘는 달이 8개월 이상인 지역을 말한다.

 

아열대 해역으로 변하는 제주 해역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흰동가리돔, 해마류, 파랑돔 등 해수관상어 산업화도 제시됐다.

 

제주발전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를 중심으로 해수 관상어 산업에 대한 종합 발전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해수관상어 산업을 육성·지원·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해수관상어 업체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제주에 설립된 한국해수관상어센터가 있으며 연간 10만∼15만 마리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창길 박사는 “온난화는 농업부문에 긍정적 영향의 기회 측면과 부정적 영향의 위기 측면의 양면성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환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