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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전력수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과 유류·가스 등 에너지원 간의 상대가격을 균형 있게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에너지시민연대는 1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새 정부의 바람직한 에너지정책-에너지 세제를 중심으로’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김창섭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장(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은 발제를 통해 “원가 이하로 싼 국내 전기에너지의 가격 때문에 에너지 수요가 과도하게 전력으로 집중되고 있다”며 “이는 각종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대규모 블랙아웃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값싼 전기요금과 비싼 유류가격으로 인해 전 부문에서 유류소비가 줄고 전력소비는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굳이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각종 가열용, 농수산물 건조용, 난방용 에너지 수요까지 전기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 이같은 과도한 전기화(전력으로 에너지수요가 집중되는 현상)는 발전소·송전탑 신설로 인한 주민갈등, 에너지 효율 저하, 환경 문제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전기는 다른 에너지원을 재가공해 만드는 ‘2차 에너지’다. 유류·가스 등 ‘1차 에너지’를 바로 사용하는 것보다 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1차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전기로 대체해 사용할 경우, 같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고 나아가 더 큰 사회적 비용도 유발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가장 시급한 것은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잡는 일이고, 수요를 잡아 주는 것은 결국 가격”이라며 “유류세를 낮추고 전기에 대한 세금을 신설하는 등 세제개편을 통해 에너지원 사이의 가격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좋은 전기요금 인상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에서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관련 “지금과 같은 가격구조에서는 정확한 전력수요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전기요금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세운 전력수급계획은 신뢰성이 떨어지고 의미도 없다”고 지적했다.

 

석 위원은 또 “6차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영동지역에 대형 송전망을 건설해 수도권·경기·가평에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영동지역에는 이미 울진원전에서 태백을 건너 가평으로 가는 초고압 송전선이 있고, 그 건설 과정에서 엄청난 갈등을 빚었다”며 “발전소를 수요지 인근, 특히 수도권 내륙에 건설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영 소비자시민모임 기획처장은 “지속적 전기화로 인해 전력수요가 과다하게 증가하고 있다. 6차 수급계획에서 석탄발전 부문이 과하게 책정된 것도 과다한 수요에 맞춰 안정적인 공급을 하려다 보니 발전소를 짓는 일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전력수급 계획을 논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권식 한전 미래전략실 처장은 “6차 전력수급계획에 대해 수요예측값이 높다, 낮다는 논란이 굉장히 많은데 그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중요한 것은 향후 우리 경제구조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인가, 전력가격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제대로 반영했느냐의 여부”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그러면서 “현재 수요예측은 전기요금이 물가상승률의 절반만큼 올라가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그럴 경우 향후 전력수요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민만기 녹색교통 공동대표는 “우리나라는 특히 산업용 전기에 대해 우대를 하고 있다. 때문에 공장들은 제조원가 절감을 위해 값싼 전기를 쓰고,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싸게 공급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바로 잡고 나면 전체 전기요금을 바로 잡는 데 대한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기가 훨씬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 처장은 “실제로 산업용 전기요금의 원가회수율이 주거용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며 “경제 원리로만 따지면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 기획처장은 “문제는 원가회수율이 아닌 현재의 전력과소비가 누구의 책임이었는가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1인당 전력사용량은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가정용 전력사용량만 계산하면 국가 전체의 1인당 전력사용량의 7분의 1밖에 안 된다”며 “지금의 전력 문제는 산업용 부문에서 전기를 너무나 비효율적으로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므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산업용에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세제개편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현재 가장 싼 1차에너지인 등유에 전기 가격을 맞추려면 요금을 80%가량 올려야 한다. 그것을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획처장은 “유류 가격에 맞춰 전기요금을 인상하기에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현재 유류에는 말도 안 되는 세금들이 열 가지 이상 붙는다. 유류는 탄소 발생 문제도 있고 화석연료 고갈 문제도 있기 때문에 비싼 가격을 매기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있지만, 전기와의 상대가격을 놓고 봤을 때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유류에 매겨진 세금을 낮추고 전기에 세금을 신설·부과함으로써 두 에너지원 사이의 상대가격을 중립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고서령 온케이웨더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