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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내 석호(潟湖)에 멸종위기야생식물과 국내 미기록 식물이 다수 생육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올해부터 진행해 왔던 ‘특이서식지에 대한 식물상 연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석호란 파도 또는 해류에 의해 하천의 하구나 만이 막히면서 생성된 연안호소를 말한다. 해수와 담수가 섞여 있어 기수호(汽水湖·바닷물이 섞여 들어와 물 1ℓ 중 무기염류가 0.5g 이상 함유된 호소)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에는 총 18개의 석호가 있으며 강원도 강릉시, 속초시, 고성군, 양양군 등지에 집중 분포돼 있다.

 

생물자원관은 고성군의 봉포호, 선유담, 송지호, 천진호와 강릉시의 순포호, 양양군의 포매호 등 총 6개 석호에 대한 식물상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갯봄맞이, 제비붓꽃, 순채, 조름나물, 각시수련 등 5종의 멸종위기야생식물의 생육을 확인했다.

 

 

제비붓꽃은 지리산 이북에서 자라는 습지식물로 기록돼 있으나 현재 동해안 석호 2곳에서만 분포가 확인된 희귀식물이다. 각시수련의 경우 강원도와 황해도 이남의 습지에서 매우 드물게 자라는 한반도 고유종이다. 두 식물 모두 올해 들어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종으로 신규 지정됐다.

 

이와 함께 부채붓꽃, 눈양지꽃, 털쉽싸리 등 여러 종의 북방계 희귀식물과 통발, 들통발, 끈끈이주걱 등 식충식물도 발견됐다. 통발은 뿌리가 없이 수중에서 떠다니는 수생식물로 국내에서는 강원도 내 석호에서만 발견되는 희귀 식충식물이다.

 

특히 생물자원관은 이번 조사에서 천도미꾸리광이(가칭), 까실가새쑥부쟁이(가칭) 등 미기록종과 대동여뀌, 큰뚝사초, 털연리초 등 북방계 식물의 국내 분포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일본 북부, 러시아, 중국 동북부에 주로 분포하는 천도미꾸리광이는 이전까지 국내 분포 사실이 확인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송지호의 수변 가장자리에 100여개체가 생육하고 있는 것이 최초로 확인됐다.

 

 

까실가새쑥부쟁이는 학술적으로도 보고된 바 없는 신분류군이다. 까실쑥부쟁이와 가새쑥부쟁이의 자연교잡종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국내 석호에서 여러 종의 북방계 희귀식물이 발견되는 현상에 대해 생물자원관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따른 식물들의 이동·소멸 과정에서 석호의 특수한 환경조건이 피난처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생물자원관은 앞으로 전국에 분포하는 18개 석호를 대상으로 생물 조사를 확대 추진할 예정이다. 축적된 자료는 석호의 체계적인 복원과 보전 정책 수립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