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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자력발전소들이 최근 10년 동안 품질보증서가 위조된 부품 5000여개를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나 일부가 가동을 중단하면서 올 겨울 전력수급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정전 사태 피하기에 ‘초비상’이 걸린 상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5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2003년부터 현재까지 영광 5·6호기 등 국내 원전 5곳에 품질보증서가 조작된 미검증 부품 136개 품목 5233개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최근 외부 제보를 받고 원전부품 납품업체로부터 제출받은 해외 검증기관 검증서들을 조사한 결과다.

 

해당 원전은 영광 3·4·5·6호기, 울진 3호기 등 5개다. 특히 영광 5·6호기에는 98.4%에 달하는 미검증 부품이 집중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은 미검증품을 전면 교체하기로 하고 작업에 나섰다.

 

이에 따라 5일 이후 영광 5·6호기는 가동이 중지된 상태다. 전체 부품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올해 말까지는 가동이 중단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올 겨울 극심한 한파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보한 바 있다. 북극의 빙하 면적이 사상 최소로 줄어들 정도로 올해 북극 기온은 높았다. 북극 지방의 기온이 높으면 대기 상층으로 올라간 찬 공기가 한반도 방향으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한파가 몰아치면 전기 난방기기의 사용량이 늘어 전력수요가 급증한다. 전력 당국이 겨울도 오기 전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현재 가동이 중단된 영광 5·6호기의 총 발전량은 약 200만kW 정도. 예상치 못한 가동 중단 탓에 200만kW의 공급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20일에는 70만kW급의 월성 1호기도 설계수명이 완료돼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다. 이들 원전 3기의 총 공급량 270만kW의 공급 중단은 올 겨울 전력수급 전선에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발전소의 총 설비용량은 8200만kW 규모다. 한겨울인 내년 1월 예상되는 최대 전력 수요치는 8000만kW에 이른다. 모든 발전 설비를 최대한으로 가동해도 예비전력이 200만kW에 불과하다. 비상경보단계 중 3단계에 해당하는 ‘경계’ 수준이다.

 

 

정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내부적으로 공급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공급 공백이 발생하면서 비상이 걸렸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온 것은 없다.

 

전력 당국의 한 관계자는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수립되는 공급계획에 지난해와 같은 정전사태가 발생할지 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 신문사는 7일 기사를 통해 정부가 터키에서 15만kW급 발전선을 임차하는 방안과 비상용 자가발전기 활용 등 현실성 있는 공급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발전선의 경우 연결하고 운반하는 등 설치에만 6개월 이상이 걸려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대형건물 등의 비상용 자가발전기 활용안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비상용 자가발전기란 디젤 등의 연료를 주입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설비로 전국 대형 건물 등 6만여 곳에 설치돼 있다. 비상용 자가발전기가 가동되면 전력 수요의 일부를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어 정부 전력 생산의 부담을 덜게 된다. 현실적으로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수단이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비상용 자가발전기가 활용되면 전력 공급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며 “이달 하순쯤 정부가 대책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9월 15일 전국적인 순환정전은 전력예비율이 5% 이하로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순환정전이 발생했던 오후 3시 당시의 예비전력은 24만kW. 비상경보단계 중 ‘심각’에 해당했다. 자칫 예비전력까지 바닥나 전국적으로 전력 공급이 끊기는 대정전 사태가 벌어질 뻔했다.

 

지난해 정전은 이상고온 현상이 늦여름까지 계속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수요 예측량보다 실제 수요가 더 많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예비전력이 바닥을 드러내자 전력 당국이 특정 지역의 전력을 순환적으로 차단하는 순환정전을 실시했던 것.

 

삼성경제연구소는 수요패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공급 능력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기후변화에 따라 냉·난방 전력기기의 보급이 확대됐고 수요도 증가했다. 2006년 18.6%에서 2011년 25.4%로 계절성 전력 수요가 급증했다. 더위와 추위에 따른 전력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얘기다.

 

여름보다 겨울의 전력수요가 더 많아진 것도 위험요소다. 전기를 이용한 난방기기 보급이 확대되면서 겨울철 전력수요가 여름보다 증가한 것. 최대전력수요를 기록했던 계절은 2007년까지는 여름이었다. 2008년에는 비슷해지더니 2009년부터는 겨울로 바뀌었다.

 

상업용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상업용 전력사용량은 연평균 11.4%씩 늘었다. 산업용 6.9%, 주택용 6.4%에 비해 증가폭이 두 배에 가깝다.

 

발전소 건설이 지연된 것도 공급계획 차질의 원인으로 꼽힌다. 2009년까지 발전소 건설계획 대비 실제 이행률은 80%에 그쳤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