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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또는 안철수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원자력 발전 비중을 크게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재생가능에너지) 발전 비율을 대폭 늘리는 등 국가 에너지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박근혜 후보측은 이번주 내 환경·에너지 공약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18대 대선후보들(새누리당 박근혜·민주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의 환경·에너지 정책 토론회가 지난 2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각 후보 캠프의 환경·에너지 정책분야 총괄을 맡고 있는 윤성규 지속가능국가추진단장(박근혜 후보측), 김좌관 시민포럼공동대표(문재인 후보측), 안병옥 환경에너지포럼 대표(안철수 후보측)가 참석해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박근혜 후보측 윤성규 지속가능국가추진단장은 이날 발표에서 “(현재) 환경·에너지 공약안 제안서를 만드는 중이다. 박 후보가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중간에 제가 먼저 발표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고, 제가 제안한 것을 후보가 채택한다는 확신도 없다”면서 “오늘은 공약 제안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놓치고 있거나 비중을 너무 낮게 두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찾기 위한 고견을 듣는다는 생각으로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부분은 다른 후보들과 겹칠 것이다. 다음주(10월 29일~11월 4일) 중에는 공약이 완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원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내용의 공통된 에너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철저한 검증을 실시하겠다(문재인)’는 입장과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신중히 검토하겠다(안철수)’는 입장 차이를 보였다.

 

 

 

문 후보측 김좌관 시민포럼공동대표는 “2030년까지 전력수요를 20% 감축하고 신재생에너지를 20% 확대하는 ‘탈원전 생태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문 후보는 아직 착공되지 않거나 건설계획만 수립 중인 신고리 5,6,7,8호기와 신울진 3,4호기의 건설을 중단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또 수명이 다 된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의 가동을 중단, 폐기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원전 축소에 따른 대안으로 태양광·풍력·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전력공급의 20%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2030년 전력수요를 전망치 대비 2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공동대표는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만으로 완전한 에너지체계 전환은 어렵다.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를 구축해 전력수요를 대폭 감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측 안병옥 에너지환경포럼 대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로 확대하는 다소 야망적인 목표를 세웠다”고 발표했다. 안 대표는 “이 목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냐에 대해서 포럼 내에서도 이견이 있다. 그러나 어렵더라도 지금의 에너지수급현황과 기후변화 문제를 고려해 반드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측은 이를 위해 제도 시행에 필요한 추가 재원을 확보, RPS(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와 FIT(발전차액지원제도)를 병행하면서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산업·상업 시설에 대해 자가발전 또는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원전과 관련해서는 설계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부터 가동을 중단, 점진적으로 줄여간다는 방침이다. 안 대표는 “전력수급에 문제를 초래하거나, 국민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해서는 원전 축소가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논란 중인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는 안전성 문제를 중시해 큰 부담 없이 가동을 중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에서 “전력요금 인상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질문에 세 후보측은 모두 “전력수요 관리를 위해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측 윤 단장은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3.5배 크고 인구도 8200만명에 달하지만, 전기사용량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다. 이는 전기요금을 기업과 국민에게 기회비용으로 작동하도록 했기 때문”이라면서 “전기요금은 탄력성 있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문 후보측과 안 후보측은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후보측 김 공동대표는 “21세기에는 제한된 자원에 따른 효율적 이용이 매우 중요하다. 물이든 에너지든 한정된 자원에 대한 효율혁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공동대표는 “4대강 사업과 같이 환경영향평가를 최단기간 내에 하고, 국책사업이란 이유로 정당한 절차가 무시되는 일이 결코 없도록 국토이용절차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영향평가 초기단계부터 끝까지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하도록 하고, 공사 완료 후에도 환경평가에서 지적된 조건이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평가하는 등 환경영향평가제도를 훨씬 더 강화시킬 것”이라고 역설했다.

 

4대강 사업 검증과 관련해서는 “시민사회·전문가가 참여하는 ‘하천 토건사업 국민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부실공사·입찰단합 등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4대강 복원본부’를 설치해 부실공사 보의 철거를 검토하고, 각종시설물을 자연 생태형으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또 수질 악화·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가 지적된 3대강(금강·영산강·낙동강)의 하구둑도 지역 주민들과의 협의·합의를 거쳐 복원하겠다는 설명이다.

 

안 대표는 “환경영향평가 관련 정책은 문재인 후보측과 상당히 비슷한 입장”이라면서 “다만 4대강 문제에 대해서는 문 후보보다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4대강 사업 이후 상황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혹시 더 좋아진 부분은 없는지, 정확히 어디가 문제인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한 뒤 유지관리비용 등 경제적 측면까지 고려해 복원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댐 건설을 중지하고 물 순환체계 개선을 통한 수자원 확보에 힘쓰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대댐(큰 규모 댐)이 1200개가 넘는다. 댐 용수로 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21세기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환경·에너지 복지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강조했다. 안 후보는 “‘환경복지’라는 개념이 법에는 없다”고 지적하며 “에너지기본법에 ‘우리가 에너지를 최소한 어느 정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그 이하에 있는 취약계층에 적극적으로 에너지 복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 연구와 관련해서는 “현 정부에서도 많은 연구를 진행한 바 있지만 부처 간 연계가 되지 않아 종합적 청사진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범부처조직 설치 등 많은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