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 환경/에너지 > 풍력·조력 발전단지 추진 난항…해법은?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는 지난 18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주제로 제3회 국제환경평가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풍력과 조력발전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현황과 과제가 집중 논의됐다.

“환경영향평가를 행정 절차로만 여기는 게 문제”

환경부 김필홍 국토환경평가과장은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아 어느 지역이든 주민들과의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는 고리원자력발전소 송전선로 사업을 반대하던 주민이 자살하는 등 최악의 갈등 사례까지 빚어지고 있다”면서 “ 때문에 (발전단지 추진) 접근이 더욱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개발사업 환경평가 현황 및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같이 말하며 “특히 해안가의 경우 대부분이 어업·양식업 등 어민들의 생계 터전이다. 이런 분들의 경우 단순히 보상액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생계 수단을 빼앗기는 일이기 때문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이런 이유로 현재 계획하고 있는 전남 신안 인근 대규모 해상풍력단지의 경우도 추진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관측이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해상풍력과 조력발전은 환경적으로도 침식·퇴적 문제, (녹조류 발생 등으로 인한) 어망 피해, 생태계 교란 문제 등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김 과장은 “조력발전 사업자들은 ‘온실가스 배출이 없으니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해안의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을 훼손하면서 조력발전을 한다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와 사업자들이 계획 중인 조력발전 단지는 강화, 인천만, 아산만, 가로림, 천수만, 새만금 등 6곳.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이미 가동 중에 있다. 그러나 이 지역들의 환경영향평가 범위를 놓고 우려가 많다는 설명이다.

김 과장은 “현재 사전환경성검토 범위를 반경 10km 정도로 보고 있는데, 실제로 공사가 준공되고 운영되는 과정에서는 이보다 훨씬 넓은 범위까지 환경 영향이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그 경우 대략적으로 봐도 서해안 전체가 (조력발전으로 인한) 환경적 영향을 받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 과연 이것이 바람직할까라는 부분에서 고민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조력발전은 RPS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사업자들이 굉장히 선호하는 사업이다. 규모와 발전량이 커서 한 건만 해도 할당량을 모두 해결할 수 있기 때문. 정부가 발표한 2024년 신재생에너지 확대 계획 중 해양부문이 13.9%(3000MW)를 차지하는 것도 사업자들이 조력발전에 몰려든 원인이다.

김 과장은 “개발사업자들이 처음 입지를 정하는 단계에서부터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사업자들은 사업 추진이 목적이다 보니 사업지 결정 과정에서 환경성 검토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한창 사업이 진행되는 중간에 환경성 평가가 이뤄지고, 환경적 문제로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사업자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돼 버린다. 거기서 갈등이 계속 생기는 것”이라면서 “(사업자들이) 환경성평가를 법률상 거쳐야 하는 행정적 절차로만 여기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시화호 모니터링 통한 객관적 타당성 고려 필요”

에너지경제연구원 이철용 연구위원은 “인천만, 가로림, 아산만 등 많은 조력발전 단지가 지역주민 반대, 환경성 문제 등에 걸리면서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무조건 추진’ ‘무조건 반대’와 같이 찬성·반대가 너무 뚜렷해 접점을 찾기가 힘든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미 가동 중인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몇 년간 충분히 모니터링 한 뒤 환경적 문제가 없고 경제성이 나오는지 지켜 본 다음에 다른 프로젝트의 추진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면서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자기 쪽의 의견만 주장하기보다) 좀 더 객관적으로 경제적·환경적 타당성을 고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모든 이해관계자 참여한 공개 토의가 ‘합의의 열쇠’

로버트 패터슨 미국 텍사스대학교(오스틴) 교수는 미국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성공적 합의를 끌어낸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주의 해상풍력단지 추진 사례를 소개했다.

로버트 패터슨 교수에 따르면 미국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주의 경우 발전단지 사업 추진 초반부터 환경전문가, 지역 주민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토론이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환경적 적정성·발전효율·비용 등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공개적 토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해 나갔다.

그는 “초창기부터 많은 갈등을 하면서 공개적 논의를 거쳤기 때문에 나중에 가서 환경단체나 주민들이 반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공청회를 통해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중의 이해를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로드아일랜드의 사례는 미국에서도 50개 주(state) 중 겨우 2~3개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로드아일랜드 발전단지 추진 관련 연구는 2년 정도 추진돼 왔으며, 환경성 평가의 경우 아직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