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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의 대체 에너지원으로 셰일가스가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토지 훼손·수자원 낭비 등 전통가스보다 많은 환경 문제점을 야기하고, 채취·액화·수송 등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셰일가스가 원자력·석탄 발전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란이 예상된다.

 

연세대 알렌관에서 지난 8일 열린 ‘제2회 동북아 에너지 포럼’의 ‘셰일가스 개발 및 일본원전 사태가 초래한 동북아 에너지안보 환경 변화’ 세션에서 에너지경제연구원 김기중 박사는 “셰일가스가 전통가스와는 달리 고압에 물을 분사해 암석을 깨뜨리고 그 사이에 있는 가스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채취된다”면서 “개발 시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자원이 낭비될 수 있고, 토지훼손으로 인한 지진 유발, 가스 누출에 따른 온실가스(메탄) 발생 등 여러 가지 환경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다.

 

셰일가스란 진흙이 퇴적해 굳어진 암석층(혈암·shale)의 미세한 틈새에 존재하는 천연가스를 말한다. 기존의 전통가스와 화학적 조성은 같지만 개발 방식에 차이가 있어 ‘비전통가스’로 불린다. 전통가스는 지표면 근처에 고여 있기 때문에 비교적 채취가 쉽다. 이와 달리 셰일가스는 깊은 암석층에 갇혀 있기 때문에 개발비용이 높고 그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김 박사는 “전통가스는 일단 캐냈더라도 당장 필요하지 않을 경우 다시 밀어 넣을 수도 있다. 반면 셰일가스는 다시 밀어 넣을 수 없기 때문에 한번 캐낸 가스는 다 쓰거나 태워버려야 한다”며 셰일가스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기술적·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셰일가스는 최근 3~4년 사이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김 박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시추장비와 파이프라인이 많이 조성돼 있고 자유경쟁시장 구조가 이점으로 작용해 2009년부터 셰일가스 개발사업 붐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박사는 “발전 원가만을 고려하면 셰일가스가 국내에 도입되더라도 가스 발전이 원전과 석탄발전 등의 기저발전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 외에 다른 에너지원(원자력·석탄)의 사회적·환경적 비용, 분산형 전력공급원 필요성 등을 고려할 경우 (셰일가스 도입을 통한) LNG 발전소의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고 주장했다.

 

 

배정환 전남대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스위스·스페인·벨기에·네덜란드 등은 가동 중인 원전의 폐쇄 시기를 앞당기고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폐지하는 등 원자력 발전 축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반면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프랑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계없이 현행 계획대로 원전을 추진한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2008~2010년 사이 24기의 원전 건설을 시작하는 등 원전비중을 1.9%에서 1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기간 러시아도 6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시작하는 등 원전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등 선진국과 브릭스(BRICs) 등 개도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원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2005년 38%에서 2011년 42%로 증가했다”면서 “우리나라도 대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해 에너지 정책을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바톰업(bottom-up) 방식으로 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최근 국내 원전 사고 증가와 관련해 “20년 이상 된 노후 원전이 21기 중 9기에 달하는 것이 근본 원인이겠지만, 최근에는 신규 원전들도 고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지진과 쓰나미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원자로 노후화에 따른 냉각수 공급 중단 사고나 단전 사태에 대한 대응 수준이 의문시 된다”면서 “원전에 대한 북한의 테러 위협 가능성도 도사리는 만큼 중장기 원전 증설 계획은 심각하게 재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나라와 일본 등 원전 선진국들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공간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라며 “사용 후 핵연료 처리·저장과 관련한 동북아 원자력 안보 협의체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오성환 외교통상부 글로벌에너지협력센터장은 “현재 셰일가스 붐은 많이 일어나고는 있지만 아직은 가스 개발, 수송가격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전통가스가 셰일가스보다 저렴하다”면서 “향후 미국의 셰일가스 정책 방향도 11월 6일 미국 대선 이후가 돼야 예측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세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재 미국에서 일고 있는 셰일가스 붐은 향후 미국 환경단체의 반발과 정부의 규제 정책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셰일가스 개발로 야기될 수 있는 메탄의 오염경로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미국 내 환경단체들이 거세게 저항할 경우 셰일가스 붐이 지속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