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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의 신임 상임이사 선임과정이 객관적이지 못한 ‘정치적 보은인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기술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상임이사 선임 심사자료’를 확인한 결과 서류심사와 면접에서 최고득점을 받은 후보자가 탈락하고 새누리당 출신 당직자가 임명된 사실이 드러났다.

 

기술원은 지난 6월부터 전임 상임이사의 임기 만료에 따라 후임자 선발과정을 진행했다. 총 9인이 응모해 서류 및 면접심사를 거쳐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최종 3명을 기술원 원장에게 추천했고 기술원장은 지난 8월8일 신임 상임이사를 임명해 환경기술본부장으로 보임했다.

 

하지만 신임 상임이사에 대한 자격 논란과 함께 선임과정이 객관적이지 못하고 정치적 배려를 통한 보은인사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기술원 인사가 또 논란이 되고 있다.

 

 

 

신임 상임이사는 현재 환경기술본부장직을 맡고 있는데, 기술원의 직제 규정에 따르면 환경기술본부장은 ‘기술전략실’, ‘에코 이노베이션(EI) 사업실’과 ‘미래환경사업실’ 등 환경 관련 R&D 전략을 수립하고 과제를 발굴·기획하는 중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직책이다.

 

그러나 신임 상임이사의 경력을 보면 환경 R&D 관련 경력이 전혀 없으며 2008년부터 새누리당 환경분과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정치적 색채가 짙다. 게다가 주요 경력으로 기재한 ‘로하스코리아’는 환경기술과는 거리가 먼 친환경 생활문화 확산을 위한 단체다.

더 큰 문제는 신임 상임이사의 채용과정이다. 상임이사의 임명권은 기술원 원장에게 있고 원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작성한 ‘후보자 추천서’를 근거로 임명하는데, ‘추천서’에는 ‘추천후보자 인적사항’과 ‘세부 추천사유’가 별첨자료로 포함된다.

 

한정애의원실이 당시 임원추원위원회가 작성한 ‘채점표’를 확인한 결과 서류·면접에서 최고득점을 받은 후보자가 탈락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임원추원위원회의 ‘세부 추천사유’에도 점수가 가장 높은 후보자가 ‘상임이사에 가장 적합하다’고 기술돼 정치적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기술원 원장이 상임이사를 임명할 때 ‘채점표’가 선정 근거가 되지는 않지만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 및 면접과정 중 가정 적합하다고 추천한 후보자가 결과적으로 탈락했다는 것이다.

 

반면 환경산업기술원 측은 “서류심사를 통해 5명을 선발해 면접을 볼 때는 서류심사 성적을 백지화한 상태에서 면접을 보게 되며 이후 3명이 선발돼 원장에게 추천될 때도 서류·면접 결과는 백지화된 상태에서 원장이 직접 결정하게 된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전임자가 퇴직하기 전에 심사를 거쳐 후임자가 선정돼야 하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선발이 미뤄졌고 내부적으로 환송회까지 마친 전임자를 억지로 붙잡아 당시에도 ‘낙하산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게다가 전임 본부장은 2학기부터 대학 강의를 나가기로 결정됐기 때문에 준비를 서둘러야 했지만 후임자 선발이 늦춰지면서 2~3달을 허비해야 했다.

 

당시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채용공고가 나기도 전에 이미 상임이사 자리가 결정됐다는 소문이 돌아, 이름과 직위는 물론 경력까지 상세하게 알려진 상태였다.

또한 상임이사 선발 당시에도 기술원 측은 “환경기술본부장이 아닌 상임이사를 선발할 예정이며 순환인사를 통해 환경기술본부장이 결정되면 빈자리에 가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환경R&D 경력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그러다 환경R&D 경력이 없는 사람이 환경기술본부장으로 결정되자 “국감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인사이동이 어려워 어쩔 수 없다”라며 옹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참고로 환경R&D를 맡고 있는 환경기술본부는 기술원 조직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을 다루고 있는 핵심부서다.

 

한편 현 환경산업기술원 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지속가능국가추진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으며 당시 추진단 단장이 현 환경부장관이다.

 

다시 말해 당시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에서 활약한 사람이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되고, 캠프에서 함께 활동한 인사를 장관이 기술원장으로 임명했으며, 다시 기술원장이 새누리당 당직자를 신임 상임이사로 임명해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정애 의원은 “자격과 능력을 갖춘 인사가 적합한 자리에 임명되면 보은 인사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지만 이번 신임 상임이사는 누가 봐도 해당 직책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며 선정과정도 객관적이지 않다고 판단된다”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환경산업기술원 측은 “정치적 배려나 보은인사 따위는 없었으며 함께 추천된 사람들이 나이가 많거나 비전공였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선발한 것”이라며 “우연이 겹치면서 오해의 소지가 발생한 것일뿐 선발 절차는 정당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