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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업 발달로 인한 환경사고는 국가적 재난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화학사고, 폭발사고 등 환경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국민들의 불안이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피해자에 대한 배상 등 실효성 있는 구제장치는 미흡하다. 또한 환경사고는 사고발생 원인 규명과 정확한 피해 입증이 어려워 환경피해구제에 한계가 있는 만큼 책임을 규정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환경오염배상책임은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신속한 보상과 보상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환경피해구제기금, 체계적인 환경책임제도 등을 통해 국가와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해주기 때문에 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오염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법안이 추진되고 있으나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환경포럼(회장 이윤석 국회의원)과 한국기술융합연구원(원장 홍용표)이 공동 주최하는 ‘국회환경포럼 제4회 정책토론회’가 지난 4일(금)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제도 도입방안, 기업부담 완화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국회환경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오늘 포럼에서 다루게 될 ‘환경오염피해 책임배상제도 도입을 위한 법제개선방안’은 환경오염 및 피해와 관련해 잠재적인 위험성이 높은 업종·기업에게 일정요건의 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함으로써 위험요인을 사전 차단하거나 오염행위에 따른 원인자 부담을 한층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의원은 “자칫 이러한 제도 도입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까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로 국민 혈세를 최대한 아끼고, 환경을 보전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많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토론을 통해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보험경제연구소 김준호 소장은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제도의 추진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

 

김 소장은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제도는 환경오염사고에 대한 신속·적정한 피해자 구제, 환경오염사고 발생 시 기업 경영 악화를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경영 지원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구현해 주자는 것이 기본 취지”라며 “이와 관련된 법률이 마련된다면 실효적인 피해구제 제도가 확립돼 환경오염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으며 피해자 입증부담도 줄어든다. 또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애매한 환경오염 사고의 특성상 신속하고 공정한 피해자 구제를 가능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해외 사례 중 1952년 런던 스모그 사건 이후 1만2000명 사망이라는 대형 환경오염 사고가 발생해 대기오염청정법 제정 등 환경관련 법률 제정의 계기가 마련됐다”며 “국내에서는 1997년 환경책임법안이 폐기됐었지만 지난 2007년 충남 태안 서해안에서 발생한 원유유출로 동 사고 관련 특별법이 제정됐다. 또한 2012년 불산가스 누출 사고로 피해금액이 550억 원에 달하면서 해당 기업이 배상금 지급능력 부족으로 파산하자 다시 환경책임법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렇듯 환경오염 사고는 피해규모도 크고 피해 지역도 광범위 하다. 또한 사고특성 상 장기간에 걸쳐 오염이 진행되고 원상회복에 고비용이 발생한다”며 “이러한 환경오염 피해는 한 국가의 문제에서 인접국 등 국제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사고 발생 시 피해보상 및 원상회복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환경오염 사고를 유발한 기업의 재무적 대책이 미흡한 경우 기업 경영을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환경오염으로 인한 거대 위험과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재무적 대책으로 보험이 가장 효율적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책임보험의 개념에 대해 김 소장은 “환경오염은 제 3자 피해에 대한 배상뿐만 아니라 정화, 복구비용도 중요한 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한 기업이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긴 사실상 힘들기 때문에 정부(지자체 포함) 또는 공공기관도 정화, 복구비용에 대한 청구권 행사가 가능해야 한다”라며 “환경오염 원인자가 지불능력이 없는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재무적 대책으로 보험이 필요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실질적인 배상책임보험 추진방안에 대해서 김 소장은 “피해보상에 대한 대책으로 보험과 기금을 병행 운영해야 한다. 보험인 경우 보상한도를 2000억 원으로 하고 있지만 개별 기업에 대한 보상한도는 법률 내 시행령에서 정해야 한다. 보험의 영역에서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 운영기관이 담보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측면으로 봤을 때 보상한도가 2000억 원 이상 또는 피해 원인이 중소기업일 경우 책임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럴 때에 대비해 보상한도와 보험료에 대한 효율적 운영이 필요하고, 운영기관이 환경오염피해배상 업무 대부분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기업에 대한 지원·환경책임보험 사업 조기 정착 및 효율적 관리·국가재보험 운영·민영보험 담보 영역 커버(cover) 등에 충실하고, 보험사는 환경책임보험 상품개발·보험계약 및 보상 체계 프로세스 제공·위험에 따른 최적의 보험조건 제공 등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환경책임보험의 목적은 기업·정부·보험사의 역할이 잘 어우러져 국민 안정과 행복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연구원 최광림 실장이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제도 도입에 따른 기업의 부담 완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

 

최 실장은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관련 법 현황에 대해 “입법 취지는 환경오염 피해자들은 인과관계 입증을 위한 민사소송 제기가 가능하지만 승소율이 매우 낮다. 따라서 법을 통해 인과관계를 추정하고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를 가능케 하자는데 있다”라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보험 및 배상책임한도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불의의 사고 한번으로 파산하는 것을 방지하며, 국가적으로는 환경사고에 대해 특별법 제정 또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후 국민세금 투입으로 피해를 보상했지만 가해자 배상책임 원칙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처음 입법취지는 좋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인과관계 추정에 있어서 특정 기업의 시설로 인해 환경오염 피해가 발생했다는 개연성이 입증되면 해당 기업에 배상책임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며 “이로 인해 시설의 적법운영 여부와 상관없이 환경오염피해와의 개연성만으로 배상책임을 묻는 소송남발로 기업활동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주요국들의 환경피해구제 법률을 소개하며 “미국의 수퍼펀드법을 비롯한 독일 환경책임법, EU 환경배상책임지침, 일본 공해건강피해의 보상 등 선진국 중 일부 국가만이 적법한 시설 운영의 경우 환경오염 인과관계 추정을 배제하는 등 시설물에 대한 환경책임피해구제를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며 “이는 보통 원고가 환경피해와 당사자 간의 환경오염 사고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지만, 일반적인 손해배상과 달리 적법한 시설 운영의 경우 인과관계 추정 배제를 적용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반면 국내는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기업을 위한 인과관계 추정 배제 등의 시설물에 대한 환경책임피해구제를 위한 법률이 마련돼 있지 않다. 최 실장은 “우리나라는 기업이 소송에 걸렸을 경우 판례로 확립된 개연성 이론을 법제화하면서 인과관계 추정만 도입하고 적법운영에 대한 추정 배제는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피고(기업)에게 가장 불리한 세계유일의 법체계가 구축됐다”며 “적법운영에 따른 추정 배제가 없다보니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신속한 구제 기능도 상실됐다. 기업·사업장들의 시설개선 유도를 위해 적법운영기준을 명확히 하고 사업장마다 법적 기준을 준수했음을 입증시켜 인과관계 추정 배제를 받도록 한다면 환경오염피해 예방 기능이 제고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실장은 환경오염사고와 관련해 적법한 운영을 한 기업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안으로 “적법한 시설 운영을 하는 기업이나 사업장의 경우 독일과 같이 적법운영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인과관계 추정 배제 조항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그럴 경우 기업에 사전예방기능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현재 법률 상 환경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되어 있는데 보험료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때까지 환경정책자금, 환경컨설팅 등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정부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소송 남발 방지 대책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정아 온케이웨더 기자 jungah63@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