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도 지났으니, 오늘 내리는 이 비는 봄비라고 해둡시다.
하지만, 이월에 내리는 사진 속 비는 아직 눈발로 보입니다.
따뜻한 봄이 왔지만, 아직 겨울을 보내지 않은 내마음을 들킨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제주의 이월은 늘, 눈과 비가 섞여 있는 공존의 시간입니다.
봄날이지만, 겨울을 보내지 싶지 않을때.
제주의 이월은 늘 이런 이기적인 나를 기다려줍니다.
얇은 잠바 한장으로 바닷가를 다니다가, 다시 두꺼운 파카로 무장하고 아이젠으로 산에 오르기도 합니다.
오늘처럼, 봄비가 내리는 날에는 한라산 천백고지 근처에서는 살짝 눈발이 날리겠죠.
한라산 거센 바람 눈밭에서는 봄비를 그리워하겠지요.
절대 섞일 것 같지 않았던 눈과 비가 공존하는 제주의 이월을 보면, 세상사 역시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2월 6일 오후 9시 59분, 제주시 신제주 인근지역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박희철 시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