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한해 동안 전세계는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았다. 가뭄과 폭우, 홍수, 지진 등 종류도 다양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이라 한국과는 연관성이 적어 보인다. 그러나 세계의 기상이변은 국내소비자 물가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최근 발생한 태국 방콕의 홍수와 미국의 가뭄 역시 마찬가지다. 농업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쌀 수출량의 31%를 차지하는 태국의 경우 지난 7월부터 이어진 폭우로 주요 쌀 생산지의 12.5%가 피해를 입었다. 생산량은 300만톤 가량 줄 것으로 예상됐다.
또 미국 텍사스 등 남부지역의 가뭄 때문에 쌀 생산량의 19% 가량 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4대 쌀 생산지 남미도 라니냐로 인해 생산량이 약 1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쌀 가격이 오를 조짐이 보이자 국내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 쌀값 급등은 국제 곡물 가격에 영향을 미쳐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앞선 2010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에 강진이 발생했다. 최대 주석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에 구리와 주석 수출은 차질을 빚었다. 세계 3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130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밀 수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주요 곡물 생산지인 호주의 홍수, 남미의 가뭄 등도 작황이 좋지 않았다.
당시 금속 원자재와 농산물은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이는 곧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해 12월 농산물 가격은 전년도 같은 달 대비 26.5% 상승했다.
LG경제연구소 이근태 연구위원의 ‘세계 기상이변에 위협받는 국내 물가’ 자료에 따르면 기상이변으로 인한 공급 불안이 주요 원인이다.
석유나 구리 등 금속의 경우 생산이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에 집중됐다. 농산물도 비슷하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자연재해나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있다. 기상악화 등은 예상이 어렵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돌발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물가 상승률을 주도하는 부문은 농산물과 석유류다. 쌀을 제외한 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은 대부분 해외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곡물자급률은 26.7%에 불과하다. 하루에 두 끼는 외국 곡물을 먹는 것이다. 국제곡물가격에 따라 일반 물가도 출렁이는 원인이다. 국내 식품생산 기업들은 가격 인상에 나서기 때문이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부문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국내 공산품 가격의 연쇄적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지난 2008년 사재기 열풍이 불었던 라면값 인상의 원인도 밀가루 가격 상승이었다.
LG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농산물과 석유, 금속 등 관산물의 가격이 10% 상승할 때 국내 전체 물가는 약 1.4%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국제원자재 가격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에 따르면 국제원자재 가격과 국내 소비자물가 사이의 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원자재 가격 상승시 국내 물가 역시 상승 압박을 받고,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자 물가도 다시 안정된다.
이에 따라 수입의존도가 높고 곡물자급률이 낮은 것도 풀어야 할 숙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제곡물가격이 요동칠 때마다 국내 물가가 휘청이는 일이 없도록 원자재 수입의존도 축소 등과 같은 중장기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이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