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기상청 국정감사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기상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비리와 부실 문제가 또다시 이슈에 올랐다.

 

기상청은 그동안 민간사업자가 문제없이 수행해왔던 기존의 기상장비 유지보수 사업들을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이 직접 수행하면서 오히려 민간사업자들의 사업을 빼앗아 조직을 확장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또한 진흥원은 장비제조사의 교육과 기술지원 없이 기상장비를 관리함으로써 장시간의 자료 누락, 데이터의 이상관측, 데이터 표출 이상 등의 문제점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3년간 기상장비 장해 발생 횟수가 총 1207건에 달하며 기상장비 중 원드프로파일러는 2013년 8건, 2014년 15건, 2015년 35건으로 3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지난 7월 기상청은 원드프로파일러 장비를 제조업체 측에 유지보수를 맡기지 않고 기상산업진흥원에서 수행하면서 멀쩡한 관측기 부품을 떼내 ‘부품 돌려막기’로 고장 난 관측기를 고쳐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언론에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윈드프로파일러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관측하는 장비로 현재 파주·강릉과 울진 등 총 9곳에 설치돼 있다.

 

이와 관련 이번 국감에서 기상청이 환노위에 제출한 답변자료 중 상당수가 자신들의 장비관리 부실 책임을 피하기 위해 거짓자료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환노위는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대해 사실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이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상청은 본인들이 구입한 프랑스산 윈드프로파일러는 외국의 다른 기종과 국내 공군에서 구입한 장비보다 비싸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취재결과 기상청 자료의 5개 제조사 장비 중 미국 Detect사, 중국 Beijing Institue of Radio measurement사와 일본 Sumitomo사 모델은 기상청 장비도입 당시인 2013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독일 Sintec사 모델은 기상청 규격에 미달인 제품으로 밝혀졌다. 즉 기상청은 장비도입 당시 있지도 않은 장비모델과 기상청 규격에 미달되는 장비모델 가격을 임의로 제공하며 마치 기상청에서 도입한 장비가 외국의 다른 기종 장비보다 비싸게 구입했다고 보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장비 납품업체 관계자는 “기상청이 왜 장비를 비싸게 구입했다는 자료를 허위로 만들어 스스로 잘못을 저질렀다는 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는지 모르겠다”며 “기상청 도입 당시 기술평가와 동종 사양의 장비 중 최저가 장비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공개 경쟁방식 입찰을 통해 낙찰되어 장비를 납품했는데 납품된 장비가 다른 경쟁사 장비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상청에서 제공한 자료를 근거로 배포된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의원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기상청은 ‘윈드프로파일러’를 지난 2003년에는 4억 7300여만 원에 구매했지만 4년 뒤엔 같은 장비를 두 배에 가까운 8억 7100여만 원에 구입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장비납품업체 관계자는 “기상청의 장비구매금액은 장비와 부대장비, 설치비, 교육비 등을 포함해 결정되는 것으로 기상청과 장비 1대당 실제 계약금액은 2003년 8억 3850만원이며 2007년은 9억 5460만원으로 4년 동안 약 12% 상승했다. 이는 물가상승률에 불과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계약금액에서 연도별 다른 부대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으로 상승비율을 계산하는 것은 잘못된 분석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기상청은 기존의 민간유지보수 업체에서 2200만원에 구입한 예비부품을 진흥원은 660만원에 구입해 예산을 절약한 것처럼 자료를 만들어 국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취재결과 민간유지보수 업체와 계약한 금액은 단순히 부품금액만이 아닌 제조사의 기술지원과 교체비용, 1년간의 무상장비지원비용 등이 포함된 금액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기상청이 구입한 예비부품은 제조사가 현재 사용하지 않는 부품을 제조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비품으로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장비 제조사는 “진흥원이 구매한 부품은 2007년에 도입된 기상청 윈드프로파일러 5조에는 사용하지 않는 부품으로 2007년 도입된 기상청 장비에는 완전히 다른 신품부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진흥원이 구매한 부품을 2007년 도입된 장비에 사용했다면 장비가 고장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윈드프로파일러는 기상산업진흥원이 직접 유지보수를 맡은 지난해 7월부터 고장이 많아졌다.

 

진흥원은 지난달 신규로 유지·보수 용역을 계약한 U업체와 유착되어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진흥원은 2014년 12월 U업체와 관련회사로부터 윈드프로파일러 정식부품이 아닌 부품을 장비제조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3차례에 걸쳐 수의계약으로 구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윈드프로파일러 유지보수 업체로 선정된 U업체는 장비제조사의 장비 교육을 받은 장비기술자가 전혀 없으며 윈드프로파일러 장비 제조사와 현재까지 어떠한 기술지원 계약도 맺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업체는 진흥원이 주관한 기술현장평가에서 1차에는 58점을 받아 탈락을 했으나 불과 약 10일 뒤에 열린 2차 기술현장평가에서 단독으로 85점 이상을 받아 유지보수 업체로 선정됐다. 이에 대해 장비전문가 A씨는 “원드프로파일러와 같은 특수 장비의 경우 장비제조사와 어떠한 기술교육과 기술지원을 받지 않고 장비유지보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검찰은 기상청 기상레이다 유지보수 용역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기상청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건네고 기상청 직원들의 묵인 아래 무자격자를 고용해 기상장비를 부실 점검해 온 사실을 밝혀내고, 전직 기상청 출신이 대표로 있는 K정보통신 관련자를 구속기소하고 기상청 직원들을 기소한 바 있다.  

 

 

한편 국회 환노위는 기상청이 국감에 제출한 자료에 대해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환노위 이인영의원실은 “국가기관인 기상청에서 제출한 자료이기 때문에 공식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상청 관계자를 불러 국정감사자료와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8년 5월 감사원은 ‘기상청 관측장비’ 감사에서 기상청이 제시한 자료를 참고해 감사를 했다가 ‘부실감사’라는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이때 기상청은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일부 핵심자료를 누락하고 장비관측에 기준이 되는 해외자료의 영문해석을 사실과 정반대로 해석해 감사원에 제출했는데 감사원은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환노위 최봉홍의원은 “기상청 장비 구입과 유지·보수 과정에서 나타난 모든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 원인을 밝히고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kth1984@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