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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가 9일 기상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번 기상청 국정감사의 주요 의제는 라이다 입찰비리 의혹, 구미 불산 누출 사고에 대한 늑장 대응책,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고장률 등에 관한 것이었다. 다수의 여야 환노위 의원들은 “이같은 문제들은 기상청의 관리 소홀과 책임의식 부재, 미흡한 사후대응이 만들어낸 악재”라며 조 청장을 비롯한 기상청 간부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라이다 입찰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특히 조석준 기상청장이 국정감사의 도마에 올랐다. 환노위 의원들은 ‘라이다 입찰비리 의혹’과 관련된 사실 규명을 위해 많은 질의를 했다. 기상청장이 경찰에 소환되고 관련 기관 및 업체들이 압수수색을 받은 만큼 이 문제는 이번 기상청 국감의 1호 의제가 됐다.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은 “수십억 원대의 기상장비 구매와 관련해 비리 의혹이 제기된 것은 기상청 내부에 번진 진흙탕 싸움 때문”이라며 기상청을 강하게 비판했다. 주 의원은 “현재 경찰수사를 받고 있는 조 청장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가 최종 낙찰된 K사의 초대 예보센터장 출신이며, 입찰평가 심의를 했던 한국기상산업진흥원 전 구매팀장 P씨는 W사 낙찰을 위해 라이다 측정 거리를 15km로 계획했다”고 지적했다.

 

또 주 의원은 라이다 장비 입찰 당시 평가심의 간사로 참여했던 P씨가 W사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주 의원은 “P씨는 W사의 장비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하는 등 (W사의) 영업사원 수준으로 홍보했다”고 지적했다.

 

라이다는 적외선을 이용해 순간돌풍을 관측하는 장비다. 조 청장은 특정업체의 낙찰을 위해 라이다 측정거리 기준을 당초 15km에서 10km로 완화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특정업체의 측정거리가 당초 6.5km밖에 되지 않아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자 기준을 완화해 낙찰에 도움을 주었다는 의혹이다.

 

주 의원은 “조 청장은 지난해 선진화 포럼에서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 기준을 낮췄다고 말했지만 알아본 결과 당시 그러한 발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라이다 장비 입찰가가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은 “W사는 정상가보다 2배 높은 63억 원을 입찰가로 제시해 기상청 라이다 장비 구입 예산에 맞춰 가격을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라이다 가격은 2006년 약 35억 원으로 책정된 바 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기상청의 장비 구매 절차를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수의계약과 같은 시스템을 통해 장비를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입찰비리 의혹과 관련된 질의에서 조 청장은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조 청장은 “현재 경찰과 검찰에서 이와 관련해 조사 중”이라며 “결과에 따라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최근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유출사고와 관련해 기상청이 늑장대응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구미시 불산 누출 사고 이후 관련기관 협조 및 협력 내역’에 따르면 기상청은 불산 누출 사고 직후인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5일까지 관련기관과 단 한 차례도 관련공문을 주고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 의원은 “기상청이 사고 11일차인 지난 7일에야 피해지역인 경북 구미시 산동면에 기상예보 지원을 실시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한명숙 의원 역시 구미시 불산 누출사고 당시 기상청의 초기대응이 소홀했다고 질타했다. 한 의원은 “불산가스가 공기를 통해 확산되기 때문에 바람의 방향을 알아야 주민을 대피시킬 수 있다”며 “정부가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변명을 하는 동안 피해가 엄청나게 커졌다”고 꼬집었다. 또한 “기상청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긴급구조기관이고 기상청장은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위원”이라며 “지난 5일에야 사고 당시 기상실황자료를 팩스로 보냈고 오염물질의 확산방향이나 피해범위에 대한 자료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화학물질 사고에 대한 정부의 부실한 매뉴얼과 사고 대처 과정 또한 도마에 올랐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독극물 처리업체를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공개하는 게 원칙인데, 그렇게 위험한 업체가 있는지를 과연 주민들이 알고 있었느냐”고 물으며 “매뉴얼 교육과 중화제 배치 등 사고 물질에 대한 꼼꼼한 대비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매뉴얼에는 인명구조, 제독 작업, 잔류오염도 조사를 한 뒤에 주민 복귀 결정을 하도록 돼 있는데 종료선언 5시간 반 전에 주민을 복귀시켰다”며 “대구지방 환경청을 중심으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무소속 의원도 “사고 다음날 새벽 독성물질 제거작업이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심각’ 단계를 해지하고 이에 기초해 주민들을 불러들인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번 기상청 국감에서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고장률이 40%에 달한다며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지난 8월까지 전국에 설치된 무인자동기상관측기 550곳 중 219곳(40%)에서 적어도 한 번 이상 고장이 발생했다”며 “지난해에는 548곳 중 251곳(46%)에서 한 번 이상 고장이 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고장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전북 군산관측소로 3년간 13번 고장이 났다. 강원 주천관측소와 강원 춘천관측소, 서울 북한산관측소가 각각 12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고창과 군산, 대전, 여수, 온정, 전주, 주천 관측소 등 7곳은 3년간 같은 부분이 고장 난 것으로 집계됐다.

 

홍 의원은 “잔 고장이 많고 3년간 같은 부분이 고장 난 이유가 수리 부실인지 기계 자체 결함인지 원인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모든 관측기에 대한 정밀 전수 조사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제기된 기상청 국감 질의 사항들

 

수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북한에 설치한 기상 및 황사관측장비가 5년째 무용지물 상태라는 지적도 나왔다.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에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2억39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기상 및 황사관측장비가 5년이 지나도록 한 건의 정보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2007년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자동기상관측장비, 황사관측장비를 설치했다. 그러나 북측이 장비와 현장 관리 사무실 사이 통신선로 설치를 거부하면서 현재까지 기상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주 의원은 “북쪽에 장비를 설치할 때 이미 통신선이 없으면 정보를 못 받을 것은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며 “아무런 실무 협력 방안 없이 장비부터 설치한 것은 참여정부 임기 내 실적을 내려는 욕심 탓”이라고 질타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기상청 공무원들이 저지른 각종 비리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기강해이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최근 5년간 검찰 및 경찰의 범죄사실 기관통보 현황과 내부 징계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그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87건의 기상청 비위 사례가 적발됐지만 중징계는 정직 2건, 당연 퇴직 1건에 불과했다는 것. 그 외는 내부종결 14건, 불문경고 6건, 주의 11건, 견책 26건, 주의 27건 등 경징계에 그쳤다. 특히 업체로부터 현금을 받거나 빌리는 등 업체 관련 비위가 19건으로 전체 비위사실의 4분의 1에 달했다.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에 따르면 최고 파면에 처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기상청이 중징계한 경우는 정직 1개월 1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주의 1건, 경고 11건, 견책 5건, 불문경고 1건 등 경징계에 그쳤다.

 

김 의원은 “직원들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임에도 기상청이 자기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있다”며 “사실상 업체와의 유착을 부추기는 것과 다름없어 비위 행위에 대한 일벌백계와 감사기능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환·이유경·정연화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